[차장 칼럼] 열아홉 청춘의 예술 맛보기

입력 2024-10-24 17:49
수정 2024-10-25 00:30
‘12.8%와 74.7%.’

두 숫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청년 문화예술패스’의 이용률과 신청률이다. 지원 대상 16만 명 가운데 4만 명이 아직 신청하지 않았고, 233억원 넘는 정부 예산 가운데 30억원도 채 쓰지 못했다. 정책의 취지와 노력을 생각할 때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청년 문화예술패스는 그해 성인이 되는 열아홉 살 젊은이들에게 공연과 전시 티켓 구입비로 1인당 10만~15만원을 주는 제도다. 별도의 수급 자격을 요구하지 않고 나이만 따진다. 올해는 2005년생이 대상이다. 예산은 내년(2006년생)까지만 편성돼 있다. 예스24나 인터파크에서 포인트로 주는데 티켓 예매사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여서 이용하기도 쉽다. 전국 어느 곳이든 쓸 수 있다. 문화예술패스 이용률 고작 12%15만원이면 어지간한 문화행사를 모두 즐길 수 있는 돈이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26일)도 C석은 10만원이다. 그런데도 전남 등 7개 광역자치단체의 이용률은 10%를 밑돌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가 외면받고 있는 상황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지원금 이용범위가 꼽힌다. 청년 문화예술패스로는 연극, 뮤지컬, 클래식, 오페라, 발레, 무용, 국악, 전시 등에만 다녀올 수 있다. 청년들이 좋아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영화는 이용 불가다. 대중가요 콘서트도 안 된다. 지방은 문화행사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점도 아쉽다.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보니 사용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넷플릭스나 블록버스터 영화나 보여주자고 혈세를 쓰자고 한 것이 아니다. 정책 목표는 분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청년 문화예술패스를 통해 19세 청년이 문화예술을 폭넓게 경험하고 풍요로운 삶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당한 말씀이다. 발레·창극 매진 사례 알고 있나클래식 음악을 좋아해야 한다고, 발레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현대미술을 이해해야 한다고 돈을 쥐여주는 게 아니다. 이런 세계도 있으니 맛이라도 보라는 것이다.

국립발레단이 다음주 수요일(30일)부터 시작하는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의 닷새 치 티켓은 30여 분 만에 동이 났다. 우리 소리로 만든 창극 ‘리어’, ‘패왕별희’ 등은 국악 아이돌이라는 김준수 소리꾼의 인기를 타고 전회 매진됐다. 신구와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 배우가 출연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79회 연속 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따분하고 지루할 것 같다고만 하지 말고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이유라도 한번 알아보자는 것이다.

혹시 아나. 한평생 즐길 만한 예술 장르를 찾게 될지.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이 콘서트 투어를 위해 미국을 찾았다가 모네와 쇠라의 작품을 보고 ‘스탕달 신드롬’(예술작품을 본 순간 느끼는 강렬한 감동)에 빠져 예술작품에 눈을 떴다고 한 게 스물세 살이었다.

열아홉 살 청춘들이 새로운 문화예술을 접하는 데 조금만 더 힘을 내주길 응원한다. 그래야 2007년생도, 2008년생도 기회를 얻을 것 아닌가. 청년 문화예술패스는 연내 이용이 가능하지만 신청은 11월까지만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