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경제성적표는 우리 경제가 기대하는 회복 경로를 이탈해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킨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1%로 한국은행 전망치(0.5%)를 크게 밑돌았다. 역성장(-0.2%)한 2분기 대비 성장률인 점을 고려하면 최근 6개월간 성장률이 ‘제로’에 수렴한 셈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걱정스럽다. 민간소비가 0.5% 증가하는 등 오랜 고민거리였던 내수가 회복세를 보였음에도 성장률 쇼크가 나타났다. 가파른 회복세로 경기를 지탱해온 수출이 7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0.4%)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0.9%에 달했지만 수입을 감안한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8%로 추락했다. “하반기에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던 정부의 낙관적 전망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업종별로 봐도 암울한 데이터가 많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자동차, 배터리, 화학 등 비정보기술(IT) 품목 수출도 예상보다 더 부진했다. ‘중국발(發) 밀어내기’ ‘전기차 캐즘’ 등 산적한 악재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양상이다.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나 홀로 호황’을 과신하고 독일 중국 등 주요국의 동반 침체는 과소평가하지 않았는지 냉정한 복기가 시급하다.
4분기와 내년 전망은 더 불투명하다. 정부는 올 성장률을 2.6%, 국제통화기금(IMF)은 2.5%로 유지하고 있지만 한은은 “2.4%도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4분기에 1.2% 성장해야 2.4% 달성이 가능한데 현 추세라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91.8로 13개월 만에 최대 낙폭(-4.4포인트)을 기록했다. 국내외 기관들이 내년 성장률을 2.2% 안팎으로 올해보다 대폭 낮춰 잡는 배경이다.
문제는 복잡하지만 해야 할 일은 간명하다. 증폭되는 복합위기 속에서 한계를 드러낸 경제의 전면 쇄신과 구조 개혁이다. 인공지능(AI)·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았음에도 한국의 산업 구조는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미국은 첨단산업 중심으로 치고 나가고 중국은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한국의 핵심 산업을 추월 중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절반이 지나가는 동안 저출생·고령화를 핑계로 성장동력 재점화에 소홀했다. 산업 고도화, 기술 혁신, 규제완화 같은 정석적인 정책이 성장률 제고의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