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 24일 오후 4시 14분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에 이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자 고려아연이 돌연 상한가로 치솟았다. 공개매수가 끝나면 주가가 급락할 것이란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고려아연 유통주식이 씨가 말라 ‘품절주’가 된 틈을 노린 투기 자금이 몰려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대차거래를 한 증권사들이 부랴부랴 한꺼번에 매수 주문을 내 이상 급등을 도왔다. 일각에선 금융감독원이 MBK 연합 때와 달리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를 빨리 발표하지 않도록 놔둬 시장의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29.91% 오른 11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85만8000원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내 매수 주문이 쏟아져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공개매수 경쟁이 끝난 뒤 주가가 흘러내린 영풍정밀도 이날 상한가를 찍었다.
시장에선 이날부터 MBK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장내에서 지분 매수 경쟁에 나서 주가가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이날 장내에서 지분을 사들이지 않았다. 업계에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결과가 나오지 않아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을 틈타 투기 세력이 들어와 고려아연 주가가 치솟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매수가 끝난 뒤 고려아연 주가 급락을 예상하고 대차거래를 한 증권사 등이 예상과 달리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자 쇼트커버링(빌린 주식을 갚기 위한 환매수)에 나섰고, 이에 따른 수요가 몰리며 이상 급등을 거들었다.
영풍정밀은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70% 이상 보유해 경영권 분쟁 이슈가 사라졌지만 고려아연과 함께 주가가 요동쳤다. 이 역시 투기 세력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금감원이 투기 세력을 사실상 방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고려아연은 전날 공개매수가 끝났지만 청약 결과를 곧장 발표하지 않고 오는 28일 발표하기로 했다. 공개매수 결제일 이전 청약 결과를 보고 MBK 연합이 장내에서 추가 지분 매집에 나서는 걸 견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MBK 연합 때는 달랐다. MBK 연합은 지난 14일 공개매수가 끝난 당일 장 마감 이후 영풍이 기타경영사항을 자율 공시하는 방식으로 공개매수 청약 결과를 발표했다. MBK 연합은 금감원에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결과를 빨리 발표하겠다는 취지를 설명하고 서둘러 공시했다.
전날 종료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는 청약률이 높을수록 최 회장 측에 불리한 상황이다. 공개매수에 최 회장 측 목표 수량인 20%가 모두 응했다면 MBK 연합이 보유한 지분 38.47%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약 48.7%로 대폭 높아진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