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군의 핵심 전력인 장보고-3 잠수함의 핵심 장비 기술을 빼돌린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잠수함 장비 개발사 직원이 서버에 있던 100기가바이트 분량 자료를 외장 하드디스크에 담아 경쟁사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방위산업 업계에 따르면 울산지방법원은 잠수함 장비를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 K사 전 임원 A씨와 그로부터 K사 기밀을 넘겨받은 부산 소재 T사 대표 등에 대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하고 있다. 울산지방검찰청에서 지난해 수사를 시작했고 지난 3월 기소했다.
2005년 설립된 K사는 잠망경을 함정 밖으로 꺼내는 통합양강마스트, 부이형 안테나(잠항 안테나) 등 잠수함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다. 정부로부터 연구개발비 약 100억원을 지원받아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과 유럽 등 방산 선진국의 기술을 벤치마킹해 이 기술을 국산화했다. K사 장비는 ‘도산안창호급 장보고-3 배치1’ 사업으로 해군에 도입된 잠수함 세 척에 장착됐다.
K사는 2021년께부터 경영상 위기를 겪었다. 직원 상당수가 이탈하던 와중에 임원인 A씨가 2022년 말 T사로 이직을 시도했다. 그는 2023년 초 T사 대표실을 방문했고, 직접 외장하드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외장하드에는 K사 기술 자료를 비롯해 수천 장의 도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K사는 T사가 자신들의 고유 기술을 훔친 건 잠수함 고장정비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고장정비란 잠수함 세부 부품을 분리해 검사 및 수리하는 것을 말한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잠수함은 전력 도입 후 6년6개월까지 수시로 장비별 고장정비를 하고, 이후 13년 동안은 두 차례 전면적인 창정비를 한다. 장보고함-3 세 척에만 1조4000억원 규모 창정비 발주가 예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K사가 개발한 통합양강마스트의 고장정비 사업에 최근 T사도 입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산화해 개발한 회사의 장비를 다른 기업이 고장정비하겠다고 나서는 건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기술 유출 혐의를 받는 T사의 대표는 국내 방산 대기업 출신으로 현재 전 직장 일감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힘을 모아 어렵게 국산화한 핵심 기술을 제3의 업체가 빼앗는다면 어떤 기업이 신기술 개발에 나서겠느냐”고 지적했다. T사 관계자는 기술 유출 사건과 해당 장비 고장정비 사업을 신청한 이유 등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