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미래 여는 지렛대"…닻 올린 동원그룹 '성장 전략'

입력 2024-10-24 18:16
수정 2024-10-25 00:40
“위기 때마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해온 동원그룹에 AI(인공지능)는 미래로 향하는 지렛대가 될 것입니다.”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4 동원 GPT 경진대회’ 중 기자와 만나 “AI 기술을 통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동원그룹은 이날 임직원의 AI 활용을 독려하기 위해 첫 GPT 경진대회를 열었다. 총상금 4500만원을 내건 대회에는 10여 개 계열사에서 227개 후보작을 제출했다. 대부분 4~5인 규모 팀 단위로 참여한 점을 고려하면 총 참가인원은 1000여 명에 이른다.

이번 행사엔 동원그룹 창업자인 김재철 명예회장 등 최고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김 명예회장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AI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 패권을 쥔다”며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2020년에는 KAIST에 사재 500억원을 기부해 ‘김재철 AI대학원’ 설립 초석을 놨다.

이날 본선에는 ‘해양 조업지원 AI 솔루션 튜나 버디’ ‘효율적 고객 방문을 위한 영업 활동 지원 시스템 구축’ 등 10개 후보작이 올라왔다. 심사는 두 회장과 각 계열사 대표,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맡았다. KAIST 김재철AI대학원의 머신러닝 전문가 심현정 교수와 데이터마이닝 연구실 신기정 교수, 미국 일리노이대 소속의 대규모언어모델(LLM) 권위자 이문태 교수를 비롯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삼성SDS 소속의 AI 전문가 등이 심사위원단에 포함됐다.

임직원들은 이날 연단에 올라 후보작 제작 과정과 업무 활용 방법, 예상 성과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김 명예회장의 날카로운 코멘트가 이목을 끌었다. ‘젖소 목장 컨설팅 프로그램’을 발표한 동원팜스 축우마케팅팀에는 “솔루션을 활용했을 때 순이익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등을 예측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차 라우팅 최적화 알고리즘 개발’을 발표한 동원홈푸드의 20대 직원과는 즉석에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김 명예회장은 “각 계열사 사장은 GPT 활용에 관심을 두고 이런 시도에 격려를 보내야 한다”고 했다.

동원그룹은 2020년 지주사인 동원산업 산하에 디지털 전환 전담 조직인 DT본부와 AI혁신실을 설치하고 AI 관련 사내 교육과 업무 적용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월엔 모든 임직원이 AI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AI 기반 자체 플랫폼 ‘동원GPT’를 도입했다.

동원그룹은 다양한 업무에 AI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참치의 등급을 선별하거나 어군을 탐지할 때, 통조림 속 가시 등을 검출할 때도 AI의 도움을 받는다. 김 회장은 “AI를 활용하면 모든 원양어선 선장을 ‘고기 잘 잡는 선장’으로 만들 수 있다. AI를 적용해 얼마나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는 결국 조직과 부서장의 의지에 달렸다”고 독려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