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을 목적으로 여성에게 수면제 수십 정을 먹여 사망하게 한 7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정도성 부장판사)는 강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70대 조모 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의 보호 관찰도 함께 명령했다.
조씨는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 영등포구의 한 모텔에서 함께 투숙한 노숙인 A씨에게 수면제 36~42정을 5차례에 걸쳐 몰래 먹여 성폭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조씨가 A씨에게 먹인 수면제는 최대 2주 치 복용량에 달한다.
A씨는 4월 3일 객실에서 숨진 채로 모텔 주인에게 발견됐고, 경찰은 도주한 조씨를 이튿날 충북 청주에서 검거했다. 조사 과정에서 조씨는 앞선 2월에도 같은 방식으로 A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성폭행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피해자가 심각한 건강 악화에 빠졌음에도 계속 수면제를 복용시키고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생명을 경시했다"며 "그런데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처음부터 피해자를 강간살인 하려 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이고, 고령이라 장기간의 유기징역을 선고하는 것만으로도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것과 유사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