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당시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관한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 공모 대전'에서 1위 선정 및 전반적인 운영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른바 순살 아파트 논란의 핵심인 '무량판 구조' 관련 기준을 지키지 않고도 공모 대전에서 1위로 선정된 사례가 발견되면서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회 공모 대전에서 1등으로 선정됐던 LH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A3 블록)에서 '철근누락'이 발견됐다.
문제는 이 업체가 공모전에서 1등으로 선정될 당시 제출한 '기술심사 결과보고서'에 '무량판 구조의 경우 내력벽 허용 및 불가 부분에 대한 기준을 준수하여 계획하였는가'라는 항목에 N(정보없음)을 표시했었다는 점이다. 설계 단계부터 무량판 시공 부분에 대한 철근이 누락됐는데 국토부가 심사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공모 대전에서는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제'로 업체를 선정했지만, 투표 내용도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총 다섯차례 진행된 공모 대전의 평가 방식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제정된 국토교통부고시 건축 설계 공모 운영 지침은 '채점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문 정부가 들어선 뒤 지침이 개정되면서 국토부는 '채점제, 투표제, 혼합방식'을 심사위원의 의결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개정했다. 통상 투표제는 심사위원들의 토론 후 투표만으로 진행돼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심사위원 선정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토부와 LH 담당자가 '내부위원'으로 먼저 선임되고, 이들이 '외부위원'을 선정하면, 이들이 다시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방식이라 결국 심사가 국토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김은혜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가 만든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 결국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철근누락 아파트로 돌아왔다"며 "주먹구구식 설계 공모 대전이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 주도하에 벌어질 수 있었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