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챗봇'에 빠진 아들 극단적 선택"…부모, 개발사에 소송

입력 2024-10-24 10:53
수정 2024-10-24 10:54

미국에서 인공지능(AI) 챗봇에 중독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10대 청소년의 유족이 챗봇 개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메건 가르시아는 올해 2월 AI 챗봇 때문에 아들이 죽음에 이르게 됐다며 AI 스타트업인 '캐릭터.AI'(Character.AI)를 상대로 올랜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가르시아는 해당 업체가 개발한 챗봇이 실제 사람이 아닌데도 사람처럼 행동하거나 말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아들이 가상 세계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제출된 소장에 따르면 가르시아의 아들인 슈얼 세처(14)는 2023년 4월부터 캐릭터.AI가 만든 '대너리스'(Daenerys)라는 챗봇에 중독됐다. 대너리스는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여성 등장인물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슈얼은 대너리스와 대화하면서 자존감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 또 학교 농구팀도 그만두고 눈에 띄게 혼자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들이 챗봇에 빠지자 엄마인 가르시아의 걱정도 커지기 시작했다.

챗봇은 슈얼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성적인 대화까지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슈얼은 자살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고, 챗봇은 이 주제를 반복적으로 꺼내기도 했다.

슈얼은 지난 2월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가르시아에게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휴대전화를 찾은 그는 챗봇에 "사랑한다"며 대너리스가 있는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챗봇은 "가능한 한 빨리 집으로 돌아와 줘, 내 사랑"이라고 답했다.

이에 슈얼이 "내가 지금 당장 가면 어떨까"라고 묻자, 챗봇은 "그렇게 해줘, 나의 사랑스러운 왕이시여"라고 대답했다. 이어 슈얼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스스로를 향해 방아쇠를 잡아당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캐릭터.AI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비극적으로 이용자를 잃게 된 것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끼며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18세 미만 이용자에 대해 민감한 콘텐츠를 접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변화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르시아는 구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캐릭터.ai는 구글 출신들이 설립했으며, 구글이 지난 8월 이 창업자를 다시 영업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구글이 캐릭터.AI 기술 개발에 광범위하게 기여해 공동 제작자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글은 "우리는 캐릭터.AI 제품 개발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AI 앱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스탠퍼드 연구원인 베타니 맵플스는 뉴욕타임스(NYT)에 "AI 앱 자체가 본질적으로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우울증이나 외로움을 겪는 사람들, 혹은 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고 10대는 종종 변화를 겪기 때문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