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한국차'는 옛말...글로벌 자동차 강국으로 '우뚝'

입력 2024-11-02 10:15
수정 2024-11-02 11:28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 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뒤늦게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터라 성능은 떨어졌고 디자인은 촌스러웠다. 유일한 강점은 경쟁사들보다 저렴한 가격이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돈 없는 사람들이나 한국 차를 탄다’라는 인식이 생겨나며 싸구려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다르다. 무시의 대상이었던 한국 차는 어느덧 경계의 대상으로 변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는 “어쩌면 한국 차가 일본과 독일을 따라잡을 수 있다”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현대자동차·기아를 필두로 한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싸구려 이미지는 벗어 던진 지 오래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와 같은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성능과 디자인,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까지 갖춘 한국 차는 이제 전 세계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한국 기업의 로고가 박힌 차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만큼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급 판매를 기록하며 국내 수출 지형을 바꿔놓기에 이르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자동차산업 동향’을 보면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보다 31.1% 증가한 709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랜 기간 부동의 수출 1위였던 반도체를 제치고 자동차가 한국의 최고 수출 효자로 등극했다.

한국 차의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현대차와 기아다. 두 기업은 차량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서 활약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왔다. 또 해마다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며 연구개발(R&D)에도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현대차와 기아는 내연기관차부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이처럼 모든 파워트레인(동력전달방식)을 만들 수 있는 완성차 기업은 세계로 눈을 돌려도 현대차와 기아가 사실상 유일하다.

디자인도 진화를 거듭했다. 루커 동커볼케 등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스카우트하며 매년 신차 출시 때마다 파격적인 실내외 공간을 선보여 나갔다. 현대차와 기아를 바라보는 국내외 소비자들의 인식도 혹평에서 호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다. 테니스, 축구, 농구 등 세계적인 스포츠 경기 및 리그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며 공식 후원사로 나섰다.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대회마다 자사의 로고 및 광고를 등장시키며 현대차·기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이런 노력 끝에 현대차·기아는 2022년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글로벌 판매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1~3위는 같았는데 현대차·기아는 폭스바겐과의 판매량 격차를 크게 줄이며 머지않아 다시 순위가 바뀔 수 있음을 예고했다.



전망도 밝다. 현대차는 최근 인도에서 기업공개(IPO)를 마쳤다. 이를 통해 확보한 실탄으로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 (14억 명)로 등극한 인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글로벌 톱 완성차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전망을 마냥 장밋빛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국이다. 과거 한국 기업들이 독주를 이어갔던 조선과 철강, 디스플레이 산업도 갑자기 등장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 큰 어려움을 겪었다. 자동차산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

비야디, 지리자동차 등 여러 중국 완성차 기업들이 최근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들 또한 현대차·기아처럼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며 계속해서 디자인과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한국 자동차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