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아 수가 2분기에 이어 7~8월에도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이면서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이 올해는 9년 만에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인구 수가 많은 30대 초반을 중심으로 혼인 건수가 회복되고 있는 것도 출생아 반등 기대를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 반등일 수도 있는 만큼 저출생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달 연속 2만 명 출생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출생아는 2만98명으로 작년 8월에 비해 1124명 증가했다. 8월 기준 증가율로는 2010년(6.1%)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5.9%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연간 출생아 수 전망은 밝지 않았다. 통상 출생아는 연초에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 1월 출생아는 전년 동월 대비 7.7% 감소한 데 이어 2월(-3.3%)과 3월(-7.3%)에도 마이너스 흐름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후 4~5월엔 증가율이 2%대로 오른 뒤 6월(-1.8%)에 소폭 감소했다가 7월(7.9%)과 8월(5.9%)까지 두 달 연속 늘었다.
하반기 들어 출생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2022년 하반기부터 혼인 건수가 회복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혼인 건수가 각각 2만5657건(10.7%), 2만995건(9.8%) 감소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며 다시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들 부부가 혼인 후 자리를 잡고 2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아이를 출산하면서 현재 출생아가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기준 혼인 건수는 1만7527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17건(20.0%) 늘었다. 2022년 8~12월 이후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올해 1~8월 누적 기준 혼인 건수도 14만6403건에 달해 작년 같은 기간(13만458건)과 비교해 1만5945건(12.2%) 증가했다. 한 해에 최대 70만 명이 태어난 30대 초반의 혼인이 증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혼인 신고에 따른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신혼부부 대상 주택 특별공급 소득 요건을 완화하고, 신생아 특별공급을 시행한 것도 일부 효과를 봤다는 해석도 있다. ○출생아 9년 만에 증가하나지난 1~8월 누적 기준 출생아는 15만8011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1~8월 출생아(15만8609명)에 비해 598명(0.4%) 적은 숫자다. 하지만 ‘엔데믹 결혼식’의 영향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 출생아가 작년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출생아가 지난해(약 23만 명)보다 늘어나면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비서관은 이날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출생아가 저점을 찍고 반등하고 있는 게 아닌가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내부적으로 올해 합계출산율이 최소 0.7명 초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초 전망(0.68명)보다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합계출산율(0.72명)보다 높아질 확률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월별 출생아 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정부가 저출생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림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이번 출생아 수는 저출생 대응 정책의 성과로 단언하기 힘들다”며 “정부는 청년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정책을 계속해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