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더 글로리'서 본 김밥 들어오면 대박"…유럽 홀렸다

입력 2024-10-23 17:51
수정 2024-10-23 17:52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본 김밥을 처음 먹어봤는데 식감도 좋고 건강한 음식이네요. 루마니아 마트에 들어오면 잘 팔리겠는데요.”

루마니아에서 온 바이어 가브리엘 알부는 ‘2024 파리 국제 식품 박람회(SIAL Paris)’에 마련된 ‘K푸드 선도기업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그는 “서유럽에서 시작된 한식 열풍이 동유럽으로 번지고 있다”며 “‘눈물의 여왕’ 등 한국 드라마가 한식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고 했다.

K푸드 열풍이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확산하고 있다. 통상 미국에서 히트를 한 제품은 남미, 유럽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식품기업들이 올해 들어 유럽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이유다. 이달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린 SIAL에서도 K푸드 열기와 함께 기업들의 유럽 진출 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유럽의 주방’ 사로잡다 세계 최대 식품 박람회인 SIAL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2년마다 열린다. ‘유럽의 주방’으로도 불린다. 60주년을 맞은 올해 행사엔 세계 130여 개국의 7500곳이 넘는 식품 제조·유통업체가 참가했다. 25만7000㎡ 크기의 파리 노르빌팽트 전시관은 세계 각국에서 트렌디한 식재료를 찾으려는 바이어와 셰프, 관광객들로 가득찼다.

한국 기업은 대상, 롯데웰푸드, 빙그레, 아워홈, 오뚜기 등 118곳이 참여했다. 2년 전보다 20곳 늘었다. 그동안 한국 기업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마련한 한국관에 부스를 꾸렸다. 올해는 한국식품산업협회가 ‘SIAL 혁신상 셀렉션’에 출품한 9개사와 K푸드 선도기업관을 별도로 마련했다.

약 1900㎡ 규모로 차려진 한국관은 행사 내내 종일 북적댔다. 방문객이 뜸한 맞은편 일본관과 대조적이었다. 이번에 냉동 전복, 어묵 등을 선보인 수협 관계자는 “프랑스에서 고급 식재료인 전복을 버터에 구운 요리가 특히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국관과 K푸드 선도기업관에 방문한 바이어들은 9개 업체 제품에 대해 이미 알고 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워홈의 떡볶이와 불고기, 풀무원의 잡채 등이 대표적이다. 영국 바이어 아서 그린은 “런던 중심가인 소호에서 떡볶이, 김밥, 핫도그 등을 파는 한식당 ‘분식(Bunsik)’은 매일 만석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런던 슈퍼마켓에 새로 입점시킬 한국 분식을 찾기 위해 박람회에 왔다”고 했다. ○혁신 거듭하는 K푸드 대두식품, 롯데웰푸드, 매일유업, 샘표식품, 아워홈, 오뚜기, 풀무원 등 8개사는 이번 박람회를 앞두고 혁신상 셀렉션에 선정됐다. ‘비건’(채식)과 ‘제로(0) 슈거’(무설탕) 제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K푸드 위상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군산 이성당 빵집이 모체인 대두식품은 다양한 케이크 장식을 만들 수 있는 식재료인 ‘춘설앙금’으로 셀렉션에 올랐다. 롯데웰푸드의 ‘비건나뚜루’와 ‘오잉 노가리칩’, 롯데칠성음료의 ‘새로(제로)’ ‘밀키스(제로)’, 오뚜기의 ‘언튜나 식물성 참치’ 등도 셀렉션에 포함됐다. 풀무원은 두부로 치킨 텐더 맛을 구현한 ‘두부 텐더’ 등 6개 제품이 혁신상 셀렉션에 올랐다. 매일유업은 이번 박람회에 처음 참가해 어메이징 오트와 단백질 음료, 한국 전통 디저트 등을 선보였다.

오리온은 이날 영국, 스웨덴, 아이슬란드 3개국 코스트코 31개 점포에 꼬북칩을 공급,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리온의 유럽 진출은 코스트코의 입점 제안으로 이뤄졌다.

SIAL 심사위원인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중시하는 유럽에서도 한식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파리=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