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편의점 등 소규모 점포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기준을 20년간 개정하지 않은 국가 배상 책임을 놓고 장시간 공개변론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23일 A씨 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차별 구제 청구 소송 등 상고심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이는 2021년 전합 공개변론 이후 3년 만에 열린 것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사진) 취임 이후 첫 전합 공개변론이다.
2018년 A씨 등은 편의점 운영사인 GS리테일과 투썸플레이스 주식회사, 국가 등을 상대로 “국가가 1998년 제정된 시행령을 2022년까지 개정하지 않아 장애인의 편의점 이용이 부당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차별 구제 청구 소송을 냈다.
그동안 전국 대다수 편의점에는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었다. 옛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 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편의 제공 의무를 부담하는 소규모 소매점 범위를 ‘바닥 면적 300㎡(약 90평) 이상인 시설’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해당 시행령은 1998년 제정됐지만 2022년까지 개정되지 않았다.
1심과 2심에선 모두 원고가 패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편의점 등 소규모 점포에도 설치해야 한다”면서도 “국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시행령은 2심 재판 중인 2022년 4월 개정돼 ‘바닥 면적 50㎡(약 15평) 이상인 점포’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날 열린 공개변론에서는 국가가 개정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있는지와 배상 책임이 성립하는지가 쟁점이었다. 원고 측은 “피고는 다른 노력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장애인단체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개정을 권고했는데도 뒤늦게 개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은 “국가가 꾸준히 장애인 복지정책을 수립·확대하고 3년마다 실태조사를 통해 장애인 접근권 확보를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했다”고 반박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