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전략미사일 기지를 방문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러시아 파병’에 쏠린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전략미사일 기지를 찾은 김정은의 사진을 대외에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김정은이 “전략미사일 기지를 시찰하고 미사일병들이 조성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상시 긴장한 태세로 전투직일근무(당직근무)를 수행하면서 조국과 인민 앞에 지닌 성스러운 본분을 다하기 위해 수고가 많다고 치하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전략적 핵 수단이 주는 위협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의 전쟁 억제력을 보다 확실히 제고하고 핵무력의 철저한 대응 태세를 엄격히 갖출 것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다.
그러면서 노동신문은 사진 다섯 장을 공개했다. 김정은이 간부들과 함께 숲속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간 뒤 내부 터널처럼 보이는 곳에서 보고받는 모습이다. 사진에는 두 종의 무기가 등장했다.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인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과 불규칙한 비행 궤적으로 요격이 어려운 중장거리 극초음속미사일 화성-16나형 등이다. 기지 방문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동행했다. 다만 시찰 날짜가 언제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정은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불거진 파병설과 곧 다가올 미국 대선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긴장을 추가로 고조시키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신들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한국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응하면서 미국에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강조해 한국의 행동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파병설에 대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ICBM 발사 같은 무력 시위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