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증시…고배당 우선주로 피신"

입력 2024-10-23 17:48
수정 2024-10-24 01:07
미국 대통령 선거와 실적 하향 우려로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우선주를 비롯한 고배당 종목의 안정성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이 흔들릴 가능성이 큰 만큼 수익이 확실한 배당주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통주 대비 우선주 성과 좋아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보통주 대비 시가배당률(주가 대비 배당금)이 높은 우선주가 본주보다 선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주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업황과 제품 경쟁력 부진 우려가 겹쳐 최근 1주일간(지난 16~23일) 주가가 3.1% 하락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우는 같은 기간 보합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우선주의 시가배당률은 2.87%로 보통주 2.44% 대비 높다. 연말 배당을 겨냥한 외국인은 같은 기간 삼성전자 보통주를 1조1032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우선주는 741억원어치 사들였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 보통주는 실적 발표 기대로 이날 주가가 2.77% 올랐지만 1주일 수익률은 -2%였다. 수입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자 주가가 흔들린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우는 같은 기간 0.9% 빠지는 데 그쳤다. 현대차 우선주의 시가배당률은 6.72%로 4.73%인 보통주를 크게 웃돈다. 배당만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보통주보다 2%포인트가량 높다는 얘기다.

‘트럼프 트레이딩’ 직격탄을 맞은 삼성SDI는 보통주 주가가 1주일간 5.7% 하락했지만 우선주는 0.9% 떨어지는 데 그쳤다. 금호석유 역시 우선주(-2.4%)가 보통주(-5%)보다 주가가 덜 빠졌고, GS도 보통주(0.2%) 대비 우선주(1.6%)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통상 11~12월 외국인과 기관은 연말에 배당 매수차익거래를 많이 한다”며 “시가총액 상위 중에서도 고배당주를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근 1주일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우(2위), KT(3위) 등 배당 관련주가 포진했다. ○예스코홀딩스 연일 신고가 경신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배당 관련 지수는 강세를 띠고 있다. 최근 1주일간 코스피지수가 1.28%, 코스닥지수가 3.7% 하락하는 동안 코스피 고배당50지수는 0.32% 상승했다. 삼성전자우, 현대차2우B, LG화학우, 삼성SDI우 등 주요 우선주 종목 20개로 구성된 코스피 우선주지수는 0.2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상장지수펀드(ETF)도 고배당 테마가 강세다. ‘KOSEF 고배당’의 1주일 수익률은 0.41%로 시장 평균을 웃돌았다. ‘KODEX 고배당’(0.05%)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들 ETF가 담고 있는 KT(4.1%), KT&G(2.1%), SK텔레콤(1.3%) 등 고배당주의 성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시가배당률이 17.02%로 전체 종목 중 네 번째로 높은 예스코홀딩스는 최근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신고가를 계속 경신 중이다.

전문가들은 우선주를 비롯한 고배당주로 리스크를 회피하라고 조언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배당주는 양호한 성과를 기록 중”이라며 “지금은 배당주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미국 대선까지 변동성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며 “고배당주가 강세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