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거품' 만드는 주범…공모주 재간접펀드 논란

입력 2024-10-23 17:43
수정 2024-10-24 01:05
▶마켓인사이트 10월 23일 오후 2시 28분

공모주 재간접펀드가 기업공개(IPO) 시장 거품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모주 재간접펀드는 공모주에 직접 출자하는 동시에 다른 공모주 펀드에도 투자하는 펀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재간접펀드는 한정된 자본으로 수요예측에 여러 차례 참여할 수 있어 ‘공모가 뻥튀기’를 부르는 주범”이라고 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범위를 초과한 공모주는 52곳 중 40곳(76%)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은 희망 공모가 상단에 비해 평균 21% 높은 가격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올해 공모 규모는 3조2900억원으로 지난해(3조86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인데, 수요예측 경쟁률이 상승하면서 공모가 상단 초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수요예측 경쟁률을 끌어올린 원인으로 공모주 재간접펀드를 지목했다. 예를 들어 A공모주 펀드의 운용역이 재간접펀드 전략을 쓴다면 투자금 중 일부만 직접 공모주를 사고 나머지는 B공모주 펀드에 재투자한다.

B펀드는 A펀드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자본으로 인식해 공모주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다. A펀드 운용역 입장에서는 한정된 자본으로 수요예측에 여러 번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공모주 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재재간접펀드’로 한 번 더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모주 재간접펀드는 공모주 중복청약을 피하기 위해 나온 꼼수 전략이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공모주 중복청약을 막기 위해 규제를 내놨다. 기관이 고유재산으로 청약할 때 자기자본 내에서만 수요예측을 하도록 했다. 위탁재산으로 참여할 때는 자산총액 범위에서 참여하도록 의무화했다.

기관은 재간접펀드로 이 같은 규제를 피하고 있다. 한 운용사 대표는 “재간접펀드, 재재간접펀드가 많아지면 대규모 환매가 나왔을 때 모든 공모주 펀드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섣부른 규제로 IPO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도 규제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재간접펀드 자체가 불법이 아닌 데다 IPO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