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도 보는 레이더, 200㎏ 쏴올리는 발사체 … K우주기술 '총출동'

입력 2024-10-23 18:01
수정 2024-10-23 20:02

국내 최대 우주 기술 전시 행사인 ‘2024 국제우주항공기술대전(에어로텍 2024)’이 23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 우주항공청 출범 원년을 맞아 경상남도와 창원시,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고 KOTRA,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 등이 주관한 이번 행사는 사흘간 열린다. 국내외 우주기업 등이 첨단 신기술과 제품을 전시하는 행사로 글로벌 산업 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이날 행사 개막식 축사에서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선 어미 닭과 함께 안팎에서 쪼아야 한다는 ‘줄탁동기’를 언급하며 민관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윤 청장은 “우주 산업 생태계는 우주청의 마중물 역할과 발맞춰 민간 기업이 완성해야 한다”며 “기업들의 성과를 공유하는 이번 행사가 우주 산업을 가속화할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장을 맡고 있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우주항공 기술의 지속 발전에 따라 안보 영역뿐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 비약적 성장이 기대된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한국 제조업이 더 크게 성장하는 데 우주항공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우주 산업을 이끌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와 함께 통합 부스를 구성해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한화에어로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누리호 4차 발사 이후 2026년 5차, 2027년 6차 발사를 총괄하는 체계종합기업이다. 누리호 2·3차 발사를 성공시킨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노하우를 이전받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12월 우주로 발사한 해상도 1m급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선보였다. 합성개구레이더 위성은 날씨나 밤낮에 관계없이 24시간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위성이다. 한화시스템은 0.25m급 초소형 SAR 위성 수십 대를 군집으로 운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화그룹 소속으로 국내 최초로 인공위성을 수출한 기업인 쎄트렉아이는 고해상도 관측 위성 ‘스페이스아이-T’를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대형 상용 위성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0.3m급 해상도를 가진 위성이다. 누리호 1단 탱크 제작 및 체계 총조립에 참여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차세대중형위성 시리즈를 내놓았다.

KAIST 출신 연구진이 모여 2018년 창업한 우주 스타트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도 참가했다. 페리지는 길이 21m의 소형 우주 발사체 ‘블루웨일’을 개발해 실전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블루웨일은 최대 200㎏의 탑재체(위성 등)를 고도 500㎞ 태양동기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2단 발사체다. 로켓 연료로는 액체 메탄을 쓴다. 페리지가 개발한 3t급 터보펌프식 액체 메탄 엔진은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받았다. 우주기술 콘퍼런스에서는 우주항공청과 항우연, 한화에어로 등 다양한 기관과 기업이 모여 국내 우주 정책부터 우주 기술 국산화, 발사체 및 위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이날 행사엔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윤 청장, 손 대표 외에도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김남균 한국전기연구원장, 황창전 한국항공우주학회장 등 우주 항공 기술과 관련된 산·학·연·관 전문가가 대거 참여했다. 유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우주항공 산업을 향한 무한한 기회와 시장이 펼쳐져 있다”며 “정부는 우주 산업과 기술이 건강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업들의 속도에 맞춰 제도와 인프라를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과 박완수 경남지사 등도 참석했다.

창원=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