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역 잇는 철길 '제2 연트럴파크'로…역사는 쇼핑몰·공연장 변신

입력 2024-10-23 18:06
수정 2024-10-24 02:20
서울시는 23일 서울역과 용산역 등 32개 역, 107만㎡를 지하화하고 그 자리에 오피스, 쇼핑몰, 공연장 등이 합쳐진 복합업무지구 개발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서울 전역에 놓인 67.6㎞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는 사업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프로젝트다. 철도 지하화로 지역 활성화를 이룬 프랑스 파리 리브고슈 프로젝트도 3㎞를 지하화한 게 전부다. 역을 잇는 선로(67㎞)에 마포구 연남동 ‘연트럴파크’ 같은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계획안을 심사해 연내 선도사업지를 선정한다. ○선로는 ‘연트럴파크’, 역은 복합개발
서울시가 제안하는 철도 지하화 구간은 경부선 34.7㎞, 경원선 32.9㎞로 총 67.6㎞다. 서울시는 “기술적 검토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대상 구간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업비는 경부선 15조원, 경원선 10조6000억원으로 총 25조6000억원으로 추정했다.

경부선과 경원선 구간은 경의중앙선 서빙고역을 기준으로 나뉜다. 경부선 구간은 경부선(서울역~석수역), 경인선(구로역~오류동역), 경의선(가좌역~서울역), 경원선 일부(효창공원역~서빙고역) 노선이 포함된다. 경원선 구간은 경원선(서빙고역~도봉산역), 중앙선(청량리역~양원역), 경춘선(망우역~신내역) 구간이다. 39개 역 중 가좌역, 서빙고역, 오류동역, 석수역, 도봉산역, 효창공원역 등 7개 역은 지상으로 유지한다. 서울시는 “철도 지상 구간은 소음 진동 등 공해를 유발하고 생활권 단절, 주변 지역 노후화 등으로 도시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며 “지하화 때 부지 활용 가치 등을 고려해 개발계획을 수립했다”고 했다.

선로를 지하화하면서 생기는 상부공간(122만㎡)엔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경의선 숲길처럼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역사 부지(104만1000㎡)는 매각을 전제로 복합개발을 추진한다. 오피스와 상업시설, 문화시설 등을 지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 거점으로 키울 방침이다. 서울시는 사업성 확보를 위해 중심지 위계에 따라 일반상업지역이나 준주거 지역으로 종 상향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역과 용산역 등 핵심 구간은 일반상업지역 종 상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개발이익 31조원, 사업비 25조원”예산 투입 없이 사업 실현이 가능하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상부공간 전체 개발이익이 31조원으로 사업비(25조6000억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서다. 구간별로는 경부선 구간 약 22조9000억원, 경원선 구간 약 8조1000억원이다. 다만 경부선 구간에서 흑자, 경원선 구간에선 적자를 내기 때문에 두 구간을 묶어 사업을 추진한다.

토지 소유자인 코레일 등은 철도 지하화 부지를 출자하고, 이를 담보로 공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코레일이 지하화로 얻은 상부공간 토지를 민간사업자에게 매각해 채무를 갚는다. 서울시는 “서울역과 용산역 등 도심 대규모 역사에서 발생하는 상부 개발이익을 그동안 지상 철도 때문에 소외된 서남권과 동북권 발전에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도시 발전을 위한 장기 과제로 철도 지하화 방안을 담았다. 연초 정부가 철도 지하화 특별법을 제정해 개발 여건도 마련됐다. 특별법은 철도 지하화 사업 비용을 상부 부지 개발이익에서 충당하도록 규정했다. 국토부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을 세우고, 지자체가 이어받아 ‘노선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서울시는 철도 지하화 선도 사업지로 선정되면 1년가량 빠르게 사업을 벌여 2026~2027년 설계하고, 2028년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철도 지하화에 따른 변화와 발전으로 도시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며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서울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