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되는 주요인은 시진핑 정부의 정책 실수 때문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중립 금리를 적용해보면 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r*(경제성장을 자극·위축시키지 않는 중립 금리)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했다. 하지만 r**(금융 안정 달성을 위한 중립 금리)를 낮춘 것이 결정적 실수다. 실물경제 침체 혹은 과열시키지 않는 r*가 금융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r**보다 높을수록 부동산 위기는 악화되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지녔다. 정책 실패로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른 시장으로 전이될 조짐이 뚜렷하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시는 상해종합지수가 금융위기 직전 최고치인 6300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만 선에서 4만 선을 돌파해 대조적이다.
r**에 맞춘 정책금리 인하로 10년물 국채금리가 2%대까지 떨어졌다. 절대 수준으로는 1% 내외인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 다음으로 낮고, 지난해 11월 이후 하락 속도도 가장 빠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 막 1만 달러를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00% 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 현상이다.
국채금리와 국채 가격은 역비례 관계다. 국채금리가 2% 내외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국채 시장에 낀 거품이 붕괴 일보 직전까지 왔다는 의미다. ‘경제패권 다툼의 일환’이라는 명목을 걸고 있지만 미국의 국채금리가 낮아져 투자 매력도가 더 높아지는 여건 속에서도 미국 국채를 처분하는 것은 국채 거품 붕괴를 방지하는 목적이 더 강하다.
통화가치를 고려한 어빙 피셔의 국제 간 자금 이동 이론에 따르면 중국의 국채금리가 이례적으로 낮아짐에 따라 외국인 자금 이탈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대탈출(Great China Exodus, GCE)’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규모가 크다. 최근에는 국채 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채 시장에서마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 거품이 무너지면 큰일이다. 1990년대 일본의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주식, 부동산, 국채 순으로 무너지는 것 같은 경로를 겪기 때문이다. ‘일본화(Japanization)’에 대한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중국 경제도 잃어버린 10년을 겪을 것이다”라는 비관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외국인 자금 이탈을 방지하고 내국인 자금의 가두기 위해 ‘위안화 절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7.3위안대까지 절하되는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7.0위안대로 절상시켰다. ‘포치선(1달러=7위안)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다’라는 예상이 나올 만큼 시 정부의 위안화 절상 의지가 강하다.
특정국 통화가치 결정을 ‘머큐리(Mecury, 펀더멘털)’과 마스(Mars, 정책) 요인으로 나눌 때 전자가 받쳐주지 않는 위안화 절상은 반드시 환투기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당한다. 1990년대 이후 영국 파운드화 위기(1991년), 중남미 통화 위기(1994년), 아시아 외환 위기(1996년), 러시아 모라토리움 사태(1998년) 그리고 유로화 위기(2011년)가 그랬다.
최대 강점인 외화까지 문제가 되면 중국은 주식, 부동산, 국채, 그리고 실물경제까지 균열이 생기는 총체적 복합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마침내 중국이 대규모 부양책을 발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취임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만큼 증시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중국 경기와 증시 앞날에 대한 예측 기관의 시각은 기대보다 여전히 차갑다.
불과 한 달 사이 네 차례에 걸쳐 발표된 부양책은 3가지 측면에서 종전과 다르다. 무엇보다 각각의 부양책이 발표될 때마다 해당 부서 수장(장관급)이 직접 나선 점이다. 필요할 경우 판궁성 인민은행장도 동참했다. 중국 경제와 증시 현 상황이 심각하고 부양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동시에 암시한다. 시 주석도 이번 대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뒷얘기가 들린다.
이번처럼 부양책 규모를 크게 가져가는 것은 그만큼 중국 경제와 증시에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성장 경로상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경제와 증시는 5중고(고임금·고금리·고세율·고규제·고땅값)로 대변되는 성장통과 잠복돼온 위기 요인이 헝다 사태를 계기로 한꺼번에 노출되고 있다.
5년째 접어든 헝다 사태를 금융위기 극복 3단계론을 적용해 평가해보면 첫 단추인 유동성 위기부터 풀지 못하고 있다. 중국 유동성 지표의 상징 격인 M1(현금+요구불 예금) 증가율은 가장 최근 통계인 7월의 경우 ?6.6% 수준까지 떨어졌다. 미래가 불확실해 돈을 아무리 많이 풀어도 곧바로 벽장 속으로 퇴장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스템 위기 극복은 20차 공산당 대회를 계기로 경제 운영체계를 ‘개방경제’에서 ‘폐쇄경제’로, ‘시장경제’를 ‘계획경제’로 복귀시키는 방침에 따라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오히려 1978년 이후 중국의 고성장을 낳은 시스템은 퇴조됐다는 평가다. 시스템을 개조하기 위한 시 주석의 부패 척결 노력은 부동산 개발업체와 친시진핑 세력 간 새로운 부패 고리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사전 두 단계를 해결하지 못함에 따라 실물경기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급기야는 성장률이 지난 2분기에 4.7%, 3분기에는 4.6%로 두 분기 연속 목표치에 미달했다. 세계적 투자 전문지인 배런스와 노무라 경제연구소는 조만간 중국 경제성장률이 1∼2%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 경제 각료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
모든 경기와 증시 부양책은 위기(혹은 부진)를 낳은 본질 해결에 얼마나 접근했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부양책의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위기 경험국의 실증적 사례를 점검해보면 기득권의 고통이 따르는 위기 본질 해결을 외면하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캠플주사형 대증요법에 그치면 총체적 복합 위기로 더욱 악화된다.
중국 경제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평가하면 초기 외연적 단계에 중국 경제의 강점이던 노동력은 절대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에 직면했다. 저출생·고령화 급진전으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는 더 빠르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글로벌 해법으로 풀어야 하지만, 이민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
자본은 외국인 기업 이탈과 정부 주도 불균형 투자로 노동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전자는 성장 경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함을, 후자는 자본생산성이 미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점을 뒷받침한다. ‘리오링’이 최선책이지만 ‘인쇼링’을 추진해 좀처럼 풀지 못하는 상태다.
총요소생산성은 5중고에 따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외부 불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헝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기가 무너지고 GDP 대비 300%가 넘는 국가채무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지방일수록 SOC의 노후화 정도가 심하다.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간 SOC의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과연 중국의 이번 대규모 부양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오히려 이번 대책이 나온 이후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 경제보다 더 심각한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보다는 인도,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알타시아(altasia)로 다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글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