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물부족 '비상등'…강원 양구댐 건설 사실상 무산

입력 2024-10-23 12:44
수정 2024-10-23 12:57
세계 최대 규모로 개발되는 용인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공업용수 부족 사태가 현실화할 위기를 맞고 있다. 공업용수 공급 등을 위해 강원도 양구에 조성하려고 했던 저수량 1억t가량의 신규 댐 조성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클러스터 내 모든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35년부터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곳 중 10곳만 댐 조성2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10곳의 댐 신설 후보지를 담은 유역별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 댐 신설 후보지로 정해진 곳은 경기 연천군 아미천, 강원 삼척시 산기천, 경북 청도군 운문천, 김천시 감천, 예천군 용두천, 거제시 고현천, 경남 의령군 가례천, 울산 울주군 화야강, 전남 순천시 옥천, 강진군 병영천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7월30일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으로 증가하는 물 수요를 맞추고 홍수·가뭄에 대응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신규 댐 후보지 14곳을 발표했다. 신설되는 댐에는 ‘기후대응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이번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안엔 강원 양구군(수입천댐), 충남 청양군(지천댐), 충북 단양군(단양천댐), 전남 화순군(동복천댐) 등 4곳은 제외됐다. 이들 지역에선 지역사회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환경파괴와 댐 건설로 인한 수몰 피해를 우려하며 댐을 반대하는 반발 여론이 거셌다.

환경부는 신규 댐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 지역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댐은 하천유역수자원관리계획에 댐 신설 후보지로 포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지자체에 통보한 계획안에도 수입천 등 4곳은 후보지로는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후보지(안)’으로는 포함해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 환경부가 댐 건설을 강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신규 건설이 계획된 14개 댐의 총저수량은 3억1810만t이다. 후보지에서 제외된 4곳의 저수량은 2억1600만t으로, 67.9%에 달한다. 4개 댐은 모두 물을 공급하는 역할의 다목적댐 또는 용수댐이서 저수량이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 추진이 확정된 나머지 10개 댐은 대부분이 규모가 작고 기존 댐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논란 거센 양구 수입천댐이번에 후보지에서 제외된 강원 양구군 수입천댐의 저수량은 1억t이다. 당초 계획했던 14개 댐 중 가장 크다. 수도권의 핵심 공급원인 팔당호의 저수량은 2억4400만t이다. 양구군 지역사회는 댐 건설 계획이 발표된 후 거세게 반발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지금도 소양강댐, 화천댐, 평화의댐 등 3개의 댐에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으로 전락한 양구에 또 댐이 건설된다는 것은 군민들을 호수에 갇혀 죽으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당초 환경부는 수입천댐의 용수를 경기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김구범 환경부 수자원정책관은 지난 7월30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입천 댐을 비롯해 증대된 용수공급 능력을 활용해 용인 첨단 산업단지 뿐 아니라 기존 산단의 수요를 감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소양강댐과 충주댐, 횡성댐 등 한강 권역의 용수 계약률은 94%가량이다. 환경부와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3개 댐이 공급할 수 있는 물의 양은 하루 1096만8000t(충주댐 68.2%, 소양강댐 30%, 횡성댐 1.8%)가량이다. 이 중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물은 6%인 65만6500t에 불과하다. 추가로 물을 공급할 여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뜻이다.

경기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서 모든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35년 이후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공업용수 수요가 하루 170만t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루 100만t가량의 물 공급부족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공정은 웨이퍼 표면 세정부터 식각 냉각 등 공정별로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한다.

환경부는 양구 수입천댐을 이번 후보지에선 제외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설득은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지역 주민의 반대가 심한 곳을 대상으로 댐 신설을 백지화할 수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김 장관은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군민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신규 댐 건설을 강행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