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하다 망했다"…1850억 쓸어담은 개미들 '비명' [종목+]

입력 2024-10-23 13:40
수정 2024-10-23 14:02

"11월엔 7층도 위태로울 것 같습니다.(네이버 종목 토론방)"

롯데케미칼에 '투자 경고등'이 켜졌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시장의 실적 눈높이가 갈수록 낮아지는데, 이마저도 충족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롯데케미칼이 내년까지도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만큼 신중한 투자 접근이 요구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롯데케미칼 주가는 9만원대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장 초반에는 2% 넘게 빠지며 8만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전일 종가(9만1400원)를 기준으로 연초(14만6200원)와 비교하면 37.5%나 빠졌다. 올해 들어 줄곧 내리막을 타던 주가는 지난달 9일 7만65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단기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위축된 투자심리를 복돋기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22일까지 외국인은 롯데케미칼 주식 123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도 625억원어치를 팔며 매도 대열에 합류했다. 개인만 '물타기(주가 하락 시 추가 매수로 평균 단가를 낮추는 것)'를 위해 185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처럼 롯데케미칼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배경엔 장기화하는 업황 부진과 이에 따른 암울한 실적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사업별 매출액 비중(올 상반기 말 기준)을 살펴보면 △기초화학 68% △첨단소재 26% △정밀화학 7.9% △전지소재 4.9% 등으로 구성된다. 매출 비중이 가장 큰 기초화학의 주요 제품으로는 △에틸렌(EL) △프로필렌(PL) △고순도이소프탈산(PIA)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이 있다.

문제는 석유화학 공급 우위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기초화학 제품의 가격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 상반기 기초소재 사업부의 영업손실은 27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3% 늘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초소재는 PE·PP 등 주요 제품 스프레드 둔화와 부정적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로 (3분기) 적자 폭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에 대한 실적 눈높이를 잇달아 낮춰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월 이내 롯데케미칼의 실적 추정치를 발표한 증권사 18곳이 제시한 올 3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1431억원이다. 하지만 이달 추정치를 발표한 SK증권(-2363억원) 하나증권(-2298억원) 메리츠증권(-2054억원) NH투자증권(-1960억원) 등은 이보다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기초유분, 합성수지 등 범용성 제품의 수익성은 손익분기점을 계속 밑돌 것"이라며 "내년에도 마이너스 현금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전년 대비 자본적지출(CAPEX) 감소에도 부진한 업황과 실적이 지속돼 순차입금 증가세가 이어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석유화학 업황이 내년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은 EL·PE 순증 물량 급감과 미국·중국의 금리 인하에 따른 수요 개선으로 업황이 점진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며 "최근 10조위안(약 1916조원) 이상으로 불어나고 있는 시장의 중국 경기 부양책 요구치를 고려할 경우, 내년은 올해보다 폴리머·화학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 등 긍정적 업황 변수에 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롯데케미칼의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시점은 1년 후를 예상하며, 현재는 중장기 호흡으로 업황과 주가의 바닥을 다져가는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