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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비트코인 상승장, 한국만 갈라파고스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금리 인하와 중국의 경기부양책 등이 겹치며 가상자산은 상승장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국내는 거래량이 줄어들고 ‘김치 프리미엄’이 음수가 되는 ‘역프리미엄’이 발생하는 등 상승장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은 어쩌다 갈라파고스가 되었을까? 업토버가 왔다약속의 10월, 업토버(Up + October)가 왔다. 비트코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눌려 있던 이더리움도 드디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역사적으로 실적이 좋았던 10월에 대한 기대감으로 9월 초부터 시작된 상승세는 9월 말 중동 정세 불안으로 잠시 냉각되었으나, 빠르게 상승을 재개해 3월 중순에 기록한 최고점 경신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 대선과 비트코인 반감기가 있었던 2012, 2016, 2020년 세 해 모두 4분기에 의미 있는 상승, 다음 해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고, 이를 학습한 시장은 올해 4분기에도 낙관론을 보이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와 중국의 경기 부양책도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수년간 가상자산 업계에 과도한 압력을 가했고, 이에 대한 불만을 감지한 트럼프는 캠페인 시작부터 ‘크립토 대통령’을 천명했다. 바이든 후보 사퇴 후 주춤했던 트럼프 당선확률이 최근 다시 상승하면서 비트코인 가격도 같이 상승하고 있다. 해리스도 마지못해 부분적으로 크립토 친화 메시지를 내고 있으며, 이로써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가상자산 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변이 없는 한 가상자산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가격은 기관이 견인했다이번 상승 사이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다. 10월 14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21억 달러 이상이 순 유입했다. 지난 1월 상장 직후부터 비트코인 ETF 순 유입이 크게 증가할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도 유의미하게 상승했다.
ETF를 통해 유입되는 금액은 기관 및 법인 수요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ETF 상장 전에도 코인베이스나 크라켄 등의 거래소가 미국 내에서 장기간 영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TF 출시 이후 비트코인 수요가 폭증한 것은 더 나은 법적, 기술적 장치를 통해 거래해야 하는 수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큰 규모의 기업이나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들이 그렇다. 실제로 모건스탠리 등 대형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비트코인 ETF 상품을 권유 및 판매 중이다. 상승장에도 한국은 거래량이 줄어든다4분기 상승장이 왔고 비트코인 가격은 최고점에 다가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거래량이 전보다 줄었다. 인구와 경제 규모 대비 놀랄 만한 가상자산 거래량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던 ‘코리안 크립토’ 시장에서 상승장에 거래량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인해 의심스러운 거래가 감소한 것이다. 우리나라 거래소에서 일어나는 거래량은 80%가량이 알트코인(비트코인이 아닌 다른 코인들)이며, 이는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50% 내외인 해외 거래소들과 대비된다.
ICO 대유행 시기에는 소위 ‘김치코인’들이 국내 거래소에서 급등락과 거래량 폭증을 주도했고, 최근에는 해외 코인 중 국내에 거래량이 집중된 코인들, 특히 국내 거래소에 유통량 대부분이 들어와 있는 코인들이 ‘거래소명 + 특산물’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거래를 일으켰다. 지금도 ‘특산물’ 들의 일시적 거래량 점유는 여전하지만, ‘마켓메이킹’을 빙자한 가장, 통정, 자전거래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 7월 이후 상당 부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다. 상기한 바와 같이 올해 비트코인 가격을 견인한 것은 미국 증시 ETF를 통해 시장에 진입한 기관 및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수요다.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법인과 기관이 비트코인을 매수를 시작했을 수도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법인과 기관의 가상자산 거래가 차단되어 있고, 국내 가상자산 ETF 출시는 물론 미국 가상자산 ETF에 대한 투자도 차단되어 있다.
비트코인이 상승장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국내 거래량을 주도하던 알트코인들은 비트코인의 가격 등락만 겨우 추종할 뿐, 장기적인 가격 상승이나 투자 내러티브 창출은 하지 못하고 있다. 즉, 글로벌 시장에서 상승장을 만들어 내는 것은 법인과 기관의 비트코인 수요인데 국내에선 이들이 차단되어 있고, 국내에서 많이 거래되는 알트코인들의 상승이 부진하니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에 온도 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가상자산 전문 매체인 더블록이 집계한 거래소들의 거래량 추이를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코인베이스, 바이낸스, 업비트 모두 비트코인이 최고점을 경신한 3월에는 거래량이 크게 늘었다. 그런데,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의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거래량과 올해 4월부터 9월까지의 거래량에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는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의 거래량에 비해 올해 5월부터 9월까지의 거래량은 크게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현실적 규제가 만든 갈라파고스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가 된 것이다. 최근에는 가상자산 가격에 ‘역프리미엄’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프리미엄’은 국내에서 가상자산 매수세가 강력할 때 나타나는 ‘김치 프리미엄’이 음수가 되는 것을 뜻한다. 즉, 국내 가상자산 매수세가 해외에 비해 저조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 가격이 해외보다 낮아진 것이다.
비트코인이 건전하고 안전한 금융자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아 해외 시장에서는 기관과 법인, 더 나아가 국부 펀드들까지 투자에 뛰어들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2017년에 머물러 있다. 2017년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은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를 금지했고, 2021년 특금법 개정안 시행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와 계약된 은행들은 법인에 실명계좌 발급을 중단했으며, 이에 따라 법인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사실상 이용하지 못한다. 가상자산 투자를 전면 금지한 국가는 있어도 법인과 기관만 차단한 국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합리적이고 냉철한 투자를 집행할 ‘정보거래자’인 법인과 기관투자자는 차단되고 개인 투자자만 이용할 수 있는 국내 거래소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된 오래된 코인들이 이유 없는 급등락을 반복한다. 그중 일부 코인들은 무늬만 외국 코인일 뿐, 국내 거래소에 유통량의 대부분이 입고되어 있다. ‘상장 빔’, ‘가두리 빔’, ‘순환 펌핑’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상승장에는 어김없이 ‘09시 경주마’들도 다시 등장한다. 재미 위주의 투기성 거래를 하는 개인들에게는 현금을 걸고 하는 온라인 도박 게임과 같은 투자환경이다.
부실한 ‘김치코인’들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하고, ‘펌프 앤 덤프’를 통해 발행자와 유통업자만 배를 불리고, 순진한 개미들은 손해를 떠안던 2017년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2017년 긴급대책은 당시 여러 사회 문제를 일으켰던 ‘ICO 광풍’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역설적으로 그 조치가 우리나라 가상자산 시장을 2017년 모습 그대로 고착시켜 버린 것이다. 차단 일변도 규제 개선으로 시장 체질 개선을시장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 지난 7년간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디파이(DeFi) 대유행, 스테이블코인의 약진,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의 성장,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대형 금융기관과 국부펀드의 진입 등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가상자산 거래 시장은 아직도 2017년 ‘순환 펌핑’과 ‘09시 경주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인과 기관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해서 김치 프리미엄, 역프리미엄, 이상 급등락 등 시장 왜곡을 해소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ETF,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출시 및 거래를 허용해서 글로벌 시세와 동떨어진 우리나라만의 시세 이상 현상을 막아야 한다. 이러한 시장 왜곡 현상에서 손해를 떠안는 것은 항상 순진한 한국 개미들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가상자산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계좌 발급 허용 여부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발행 등에 논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 체질 개선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가상자산위원회와 금융당국이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차단 일변도의 규제를 개선해 개인, 법인, 기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안전하고 합리적인 가상자산 시장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을 맡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