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수혜주로 꼽혔던 철강주 주가가 고꾸라졌다. 중국이 계속해서 부양 의지를 드러내면서 수요 증가가 기대되자 중국 내 철강 생산 설비가 재가동돼 공급을 늘리면서 시황이 짓눌린 탓이다.
다만 증권가에선 최근 주가 하락을 기회로 매매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내놓을 부양 카드가 추가로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겨울철 감산 정책으로 공급이 조절될 가능성도 있어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POSCO홀딩스 주가는 33만1500원에 마감했다. 이번주 들어 3.91% 하락했다. 특히 월요일인 지난 21일 중국 인민은행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0.25%포인트(p) 인하했는데도 POSCO홀딩스 주가는 반등하지 못했다. 이달 들어 POSCO홀딩스는 13.9% 하락했다.
고로(용광로)를 운영하는 순수 철강사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이번주 들어 각각 2.2%와 3.82% 내렸다. 동국제강은 지난 7일 고점과 비교하면 14.5% 밀린 상태다.
지난달 18일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잇따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이 발표된 데 따른 주가 상승분을 상당 폭 반납했다.
철강업종은 중국 경기 부양 정책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중국 건설현장이 글로벌 철강 수요의 3분의 1까지 차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심각한 부동산 침체를 겪으면서 철강 수요가 꺾였고, 현지 철강업계는 남아도는 철강재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밀어내기식 수출을 해왔다.
철강 시황을 짓누르는 원흉과 같은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를 겨냥한 부양책이 나왔지만, 중국 철강업계의 기대가 너무 앞서간 게 철강주 주가를 찍어눌렀다는 평가다. 부양책의 온기가 부동산 시장을 덥히고 건설현장에까지 퍼지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부양책이 나오자마자 중국 철강업계는 곧장 생산량을 늘려 공급과잉을 유발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초순 중국의 일평균 조강(쇳물) 생산량은 전월 대비 1.7% 증가한 반면, 건설용 철강재 수요는 9.9% 감소했고, 철강재 재고는 3.2% 증가했다"며 "제철소들이 낮은 생산비용과 철강 가격 상승에 힘입어 증산했지만, 철강 수요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철강업계의 밀어내기식 수출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9월 철강 수출량은 1015만3000t으로, 8년 만에 월간 1000만t을 돌파했다"며 "올해 들어 9월까지의 누적 수출량은 8071만1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 늘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중국 정부의 부양 의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규익 SK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부양 의지는 최근 2~3년래 가장 강해 향후 시장에서 기대하는 추가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수요 개선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부동산 업황 반등만 확인되면 철강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도 "철강재 가격이 고점 대비 10%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경기부양책 발표 이전 수준까지의 되돌림이 나타나지는 않았다"며 추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10월 말 또는 11월에 개최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재정적자 비율 상향 조정과 같은 대규모 재정정책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른 철강 생산량 감소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동계 감산이 기대된다. 중국 정부는 난방용 석탄을 많이 태우는 겨울철에 철강 생산량을 줄이도록 강제한다. 철광석에서 쇳물을 뽑아낼 때도 막대한 양의 석탄을 태우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중국의 연말 조강 생산량 감축, '2024~2025년 에너지 절약 및 탄소 저감 실행 계획' 시행 등으로 인한 설비 구조조정 여부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