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부터 대화내용까지 전부 다른 해석…회동 후 더 멀어진 尹·韓

입력 2024-10-22 17:52
수정 2024-10-23 01:05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지난 21일 회동으로 두 사람 간 관계가 더욱 멀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회동 형식에서부터 대화 내용에 대한 해석, 사후 브리핑 방식까지 모든 사안을 두고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22일 친한동훈계 인사들은 전날 회동의 의전에 불만을 쏟아냈다. 한 대표가 회동 전 20분가량 서서 윤 대통령을 기다린 것부터 결례라는 것이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두 팔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앉아계시고 정진석 비서실장과 한 대표는 뒤통수만 보이는 모습의 사진이 배포됐다”며 대담 장소 및 좌석 배치가 부적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급박한 안보 상황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과 통화했는데 그 시간이 길어졌다”며 “홍철호 정무수석이 한 대표에게 상황을 계속 설명했고, 윤 대통령도 한 대표를 만나자마자 늦은 이유를 직접 언급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역대 어느 여당 대표도 테이블을 두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가 제기한 3대 요구(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 쇄신, 의혹 규명에 대한 김 여사의 적극 협조)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을 두고도 해석이 갈렸다. 한 대표와 친한계는 윤 대통령이 요구를 대부분 거절했다고 인식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각 사안에 자신의 의견을 상세히 밝혔고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설명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나는 문제 있는 사람은 반드시 정리한다. 누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그 내용을 보고 조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김 여사 활동 문제에 대해서는 “집사람이 많이 지쳐 있고 힘들어한다”며 “이미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고, 꼭 필요한 활동이 아니면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선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여당이 헌정을 유린하는 법에 브레이크를 걸어서 감사한 일”이라며 “우리 의원들이 헌정을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회동 결과를 전하는 방식을 두고도 혼선을 빚었다. 당초 한 대표가 직접 브리핑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대표는 회동 직후 곧바로 귀가하고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이 한 대표의 구술을 받아 적은 후 읽는 방식으로 브리핑했다. 이 과정에서 한 대표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 답변은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윤 대통령이 모든 제안을 거부한 것처럼 인식됐고, 대통령실은 22일 부랴부랴 대통령 발언을 소개했다는 설명이다.

친한계 인사들은 한 대표가 가장 불쾌하게 생각한 건 윤 대통령이 약 80분간의 차담 이후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전형적인 갈라치기 아니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에서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회동에서 한 대표는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는 조경태 장동혁 한지아 등 친한계 의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한 대표는 만찬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조 의원은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났을 때의 여러 가지 상황을 심각하고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본격적으로 세력 규합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방문해 사찰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도병욱/정소람/박주연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