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이 “이제는 확장현실(XR) 생태계에서 새로운 렌즈를 통해 인공지능(AI)의 이점을 확인할 때”라고 말했다. AI를 적용한 XR 기기 출시를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메타버스(현실+가상세계)의 통로로 불리는 XR 기기는 삼성 등 안드로이드 진영과 애플의 새로운 격전지로 꼽힌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노 사장은 전날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퀄컴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 2024’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새로운 렌즈’라는 표현에 대해 업계에서는 새 폼팩터(기기 형태) 출시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퀄컴, 구글과 손잡고 XR 생태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헤드셋을 만들고 퀄컴이 칩셋, 구글이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노 사장은 “AI 기술을 전 세계 더 많은 기기와 더 많은 언어에 적용하기 위해 업계 리더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각 협력’은 애플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지난 2월 첫 XR 헤드셋 ‘비전 프로’를 출시해 XR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퀄컴은 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통해 애플에 맞서고 있다.
노 사장은 “지능형 컴퓨팅에 관한 퀄컴의 전문성은 미래 갤럭시 AI 경험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최신 스냅드래곤 모바일 플랫폼을 핵심으로 이런 경험은 더욱 통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공개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5 시리즈에도 퀄컴 AP를 채택할 계획이다. 노 사장은 올해 말까지 2억 대 이상의 갤럭시 기기로 갤럭시 AI를 확대하는 계획을 언급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