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이상기후가 국내 밥상 지도를 바꾸고 있다. 해수 온도가 따뜻해지면서 오징어와 고등어 등 국산 어획량이 급감하자 업계 1위인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수입 수산물 비중이 처음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농산물도 폭염, 폭우 등의 여파로 계절마다 공급난과 가격 대란을 빚고 있다. 이상기후 영향으로 먹거리의 해외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면 식량 자급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9월 판매한 수산물 중 수입 비중은 51%였다. 2021년 45%, 2022년 46%, 2023년 48% 등 매년 꾸준히 상승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국민 수산물’인 오징어는 수입품 매출이 1년 전보다 90% 급증했다. 수입 가자미(20%)와 고등어(15%) 등도 일제히 매출이 늘었다.
가장 큰 이유는 폭염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으로 오징어 등이 북상하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국내 유통업체 중 가장 ‘큰손’이라 어가에서 물량을 최우선으로 납품받는다”며 “그런데도 수입 수산물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산 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마트에 비해 ‘바잉파워’가 약한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도 수입 수산물 비중이 50~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도 기후변화로 ‘가격 대란’이 일상화했다. 올해 초부터 폭염과 폭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금깻잎, 금배추, 금토마토 사태가 잇달아 벌어졌다. 이기원 서울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농수산물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데이터화해 정밀하게 예측·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아/라현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