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印 최대규모 상장…정의선 "인도가 미래"

입력 2024-10-22 17:58
수정 2024-10-30 16:40

22일 오전 7시 인도 뭄바이에 있는 인도증권거래소 출입구에 긴 줄이 늘어섰다. 하나같이 정장을 빼입고 있었다. 모두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공모액 기준)로 기업공개(IPO)에 나선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의 상장 기념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이었다. 인도 자본시장 관계자 등 참석자 250여 명은 접시에 담긴 심지에 불을 켜고 신에게 바치는 힌두교 의식인 ‘아르티(Aarti)’를 거쳐 입장했다. 인도증권거래소 관계자는 “10년 넘게 근무했는데 이번 기념식이 규모가 가장 크다”고 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이날 인도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공모주 청약에 블랙록, 피델리티 등 글로벌 큰손이 몰려 공모가는 예측범위(1865~1960루피) 최상단인 1960루피(약 3만2000원)로 결정됐다. 청약 경쟁률은 2.39 대 1이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도가 곧 미래”라며 “현지화에 대한 헌신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몸값’은 190억달러(약 26조원)로 평가받았다. 국내에 상장된 현대차 시가총액(49조원)의 절반이 넘는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지분 17.5%를 팔아 33억달러(약 4조5000억원)를 손에 넣었다. 나머지 82.5%는 현대차가 계속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날 인도증권거래소에서 시가총액 60위로 마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 사람들이 주식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이제 ‘인도 국민기업’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념식에서 만난 한 기관투자가는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라며 “이런 인도 시장에서 마루티스즈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차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심했다”고 했다.

현대차는 이번 상장으로 유치한 자금 대부분을 인도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시설을 확충해 인도를 한국에 이은 ‘제2의 글로벌 생산 허브’로 조성하기 위해서다. 현대차와 기아의 인도 생산 규모는 조만간 연 150만 대로 늘어난다. 소형 전기차 등 전략 차종도 인도에 줄줄이 내놓을 방침이다. 인도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인도는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에 판매할 계획이다. 인도법인을 인도 내수시장용을 넘어 인근 지역으로 수출하는 전진기지로 키운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도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나라로 IPO를 통해 소비자에게 가까이 가려 한다”며 “전기차, 수소연료전지 등 하이테크 분야와 소프트웨어에 투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뭄바이=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