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만큼 웨어러블 로봇 도입 논의가 활발한 분야가 군사 분야다. 지구력을 비롯한 사람의 역량이 승패와 직결될 수 있어서다. 미국은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차세대 방위 전략의 핵심 요소로 보고 연구개발(R&D)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각 분야 군 관련 연구소에서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충분한 투자와 보안 유지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입는 로봇을 제작하려면 각종 첨단기술을 집약해야 한다. 그만큼 초기 R&D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민간기업처럼 결과물을 팔아 빠르게 수익을 내면 반대급부로 기술을 외부에 노출시킬 수 있다. 미 육·해·공군이 기업 발주 대신 자체 연구를 키우는 이유다.
미 국방부 산하 R&D 기관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2013년부터 ‘워리어(전사) 웹’이라는 웨어러블 로봇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병사들이 로봇을 입은 채 임무를 수행하게 해 에너지 소모와 부상 가능성을 줄이는 게 목표다. 미 육군은 미국의 대표적인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함께 오닉스(ONYX), 헐크(HULC) 등의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다.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과 비슷하게 각각 사람의 허리와 다리 부분을 주로 지탱해준다. 미 육군연구소(ARL)는 로봇 기술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해군연구소(NRL), 공군연구소(AFRL)도 자체 연구를 하고 있다. 해군은 잠수 등 수중 작업에 맞는 웨어러블 로봇 시스템을, 공군은 항공기 정비 작업이나 높은 고도상의 전투기 조종사를 돕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식이다.
미군은 2010년대 중후반 오닉스와 헐크 등 일부 웨어러블 로봇 모델을 공개한 이후 새로운 결과물을 발표하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웨어러블 로봇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군사 분야에서 뚜렷한 웨어러블 로봇 기술 성과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연구가 멈춘 것은 아니다”며 “일부 연구기관에선 자체 기술 발전 정도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논문 발표를 늦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내슈빌=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