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잡는 '강남구 드림팀'…석달새 115억 적발

입력 2024-10-22 17:27
수정 2024-10-23 00:31
서울 강남구의 법인조사팀이 신설 석 달 만에 115억원에 달하는 탈세 시도를 적발했다. 지능화하는 조세 회피 행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세금 환수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송파구, 영등포구 등 다른 자치구도 전담팀을 꾸리는 등 탈세에 대한 자치단체의 대응이 고도화하는 추세다.

SNS 타고 지능화하는 ‘탈세 꼼수’22일 강남구에 따르면 구 재산세과가 올해 탈세를 시도한 법인으로부터 환수한 세액은 총 149억원이다. 지난 7월 법인조사팀이 새로 생긴 뒤에만 115억원을 찾아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52억원)과 비교하면 약 2.8배로 증가한 액수다. 법인조사팀은 2400여 건의 현장 중심 조사를 진행해 석 달 만에 조세 포탈 사례 37건을 적발했다.

강남구 관계자는 “직원들이 법인 조사 업무에만 천착해도 괜찮다는 걸 공식 조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팀 신설 당시 다른 과에서 한두 명씩 데려오는 등 팀장을 포함해 실무 직원 5명 선으로 꾸려 인원을 늘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인조사팀은 휴면법인을 인수한 뒤 부동산을 취득하는 방식의 탈세 기법을 찾아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대도시에서 새로 법인을 설립해 부동산을 취득하면 일반세율 두 배 수준의 세금을 내야 한다. 휴면법인을 내세워 부동산을 취득하면 등기상 회사로 인정받을 수 있어 일반세율 납부 신고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법인조사팀에 따르면 휴면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한 20건에서 약 68억원의 탈루 시도가 있었다.

구 관계자는 “최근 절세 강의를 빙자해 유튜브에서 법인 세금 회피법을 퍼뜨리는 경우가 많다”며 “대표적 사례가 설립 5년이 지났음에도 영업실적이 거의 없는 휴면법인을 헐값으로 사거나 대주주로서 인수한 뒤 이를 앞세워 부동산을 취득하는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서류상 주소가 다른 지역인데 영업은 강남에서 하거나 고급 주택이 아닌 척 위장 취득한 사례 등도 잡아냈다. 경기 용인, 양평, 파주 등에 설립한 법인이 강남구 내 부동산을 취득해 본·지점으로 운영한 사례 4건에서 18억원, 주상복합건물로 지어 놓고 고급 수영장 등을 들여 고급 주택으로 활용한 경우에서 9억원, 중과세 제외업종 법인의 설립·증자로 등록면허세를 회피한 7건에서 6억원을 적발했다. ‘드림팀’ 비결은 시간·인력↑강남구가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세입 규모가 큰 만큼 탈세 위험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강남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강남구의 세입 징수 규모는 4조3206억원(514만 건)으로 서울시 전체 세입의 15.4%를 차지한다. 구 관계자는 “강남구에는 본사가 많고, 관련 부동산 거래도 늘고 있다”며 “새로 취득하는 물건이 많다 보니 기존 팀만으로는 사후 관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법인조사팀과 함께 조세 심판 관련 행정 소송을 전담하는 ‘납세자보호팀’도 신설했다. 업무를 세분화하고 전문화하기 위해서다. 서울시와 ‘지도점검’ 방식으로 합동 작업을 하며 세원 발굴 조사 기법 등도 공유한다. 구 관계자는 “시 세무조사팀과 협업해 14억원의 누락 세원을 찾아내는 등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다른 서울 자치구도 비슷한 방법을 시도 중이다. 현재 서울 자치구 중 송파구와 영등포구가 별도의 법인조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용산구, 중구는 별도로 세무조사팀을 가동 중이다.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자진신고·재산세 업무와 병행하면 사례별로 탈세 유형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기 어렵다”며 “이제는 법인 탈세 현황 조사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유림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