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동조합도 앞으로 민간 기업처럼 유급 근무시간 면제(타임오프, time-off)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타임오프의 한도는 민간기업 노조의 절반 수준으로 정해졌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2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회의실에서 공무원근무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 한도를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타임오프는 노조 간부에게 합법적으로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 활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공무원 타임오프 한도는 민간의 50% 수준으로 결정됐다. 타임오프는 노조 조합원 숫자에 비례해 면제 시간과 사용 인원 한도를 정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공무원 노동조합도 조합원 수에 따라 8개 구간으로 구분해 연간 면제 시간이 설정됐다. 조합원 수 300인 미만은 1000시간, 300~699명은 2000시간, 700~1299명은 4000시간, 1300~1999명은 6000시간, 1300~1999명은 6000시간, 2000~3999명 8000시간, 4000~4999명 1만시간, 5000명~1만4999명 1만2000시간, 1만5000명 이상은 2만8000 시간을 한도로 주어진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가장 많은 교섭 단위가 존재하는 구간(300명~ 1299명)에 연간 근무시간 면제자가 1~2명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정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연간 사용 가능 전체 인원은 풀타임으로 사용 가능한 인원의 2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정했다. 조합원 수 299명 이하의 사용 가능 인원은 2명으로 제한한다.
또 인사혁신처장은 행정부 교섭을 위해 필요할 경우 연간 6000시간의 추가 타임오프를 부여할 수 있게 됐다.
부대의견으로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 한도 고시 2년 후 경사노위에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향후 재심의를 준비하도록 했다. 의결사항은 경사노위 위원장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즉시 통보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제 심사·행정예고 등을 거쳐 고시하게 된다.
공무원·교원 노동조합에 타임오프 도입은 노동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1년 12월 대선 후보 당시 한국노총을 찾아 공무원·교원 타임오프 제도 시행을 약속한 바 있다. 이후 21대 국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과 공동으로 공무원노조 타임오프 도입 법안을 발의해 2022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탈퇴, 근면위 구성 등을 벌어진 갈등 탓에 근면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면제 시간과 사용 인원 '한도'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법률 시행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제도가 실시되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근면위가 구성되면서 경사노위 위원장이 지난 6월 26일 근면위에 심의요청을 했다. 이후 근면위는 4개월간 11차례의 전원회의를 거쳐 의견을 조율해왔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는 민간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타임오프 한도를 주장해 왔지만, 정부가 이에 난색을 표명하면서 갈등이 벌어졌다. 정부는 공무원의 월급이 세금으로 지급되는 만큼 민간 수준으로 타임오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날 경사노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 수준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공노총은 "온전한 타임오프를 보장하지 않는 정부를 규탄한다"라며 "현장에 목소리를 외면한 채 현실성이 없는 대안만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공무원 근무시간 면제 한도 의결은 지난해 말 사회적 대화 복원 이후, 상호 간의 논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첫 노사의 합의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이번 노·정 합의의 경험과 자산이 미래세대 일자리를 위한 최근 사회적 대화의 흐름에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타임오프 한도 의결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교원 타임오프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교원 근면위는 조만간 최종 합의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