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안까먹는 만기매칭형 ETF에 '뭉칫돈'

입력 2024-10-21 17:51
수정 2024-10-29 16:26

만기가 정해진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되는 자금이 늘고 있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약정된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인기 요인이란 분석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만기매칭형 채권 공모펀드·ETF의 순자산총액은 8조4493억원이었다. 올 들어 1조3000억원이 유입됐다. 지난 1주일간 국내 상장된 ETF 중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상품은 만기매칭형 채권 ETF인 ‘TIGER 25-10 회사채(A+이상)액티브’였다. 자금 유입 규모는 1257억원이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회사채, 은행채 등 동일한 잔존만기 채권을 편입해 상품을 구성한다. 만기가 되면 해당 ETF는 상장 폐지되고 투자자는 약정된 이자와 원금을 받아 가는 구조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총 28개 종목이다.

만기 시점은 ETF 상품명에 붙은 숫자를 통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5-10’은 2025년 10월 만기라는 의미다. ‘TIGER 27-04회사채(A+이상)’ ‘KODEX 25-11 회사채(A+이상)액티브’는 각각 2027년 4월, 2025년 11월이 만기인 상품이다.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예금 외에 안정적 수익을 찾는 개인투자자가 주로 투자한다.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 가격 등락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고, 여러 채권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비슷한 신용등급의 개별 채권을 매수하는 것보다 안정적이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본부장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으나 금리 변동성은 여전히 높다”며 “채권매매 차익을 얻기보다는 높은 이자를 받겠다는 투자자의 수요가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색적인 만기매칭형 상품도 출시됐다. ‘ACE 11월만기자동연장회사채AA-이상액티브’가 대표적이다. 통상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만기일과 동시에 청산되지만, 이 상품은 만기가 자동 연장된다. 출시 시점에 내년도 11월 만기 채권을 편입하고 해당 채권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 다음해 11월 만기 채권을 새로 편입하는 식이다.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한 고민이나 매매 비용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금리가 높은 채권을 선택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본부장은 “국채, 은행채, 회사채 등 분야별로 유동성이 충분한지, 신용 위험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