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등 해외로 떠나는 거액 자산가가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경 취재 결과 지난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2만9308명으로 2022년 2만8690명에 비해 2.1% 늘었다. 이 가운데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204명으로 2022년 106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싱가포르로 떠난 사람 중 상당수는 재산이 1000억원을 웃도는 거액 자산가로 알려졌다.
슈퍼리치들이 싱가포르로 옮기는 이유는 상속세, 증여세, 배당소득세 등의 세금이 제로(0)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세금 지옥’이다. 상속세와 증여세 최고세율은 50%다. 특히 최대주주 상속은 20% 할증이 붙어 최고 세율 60%가 부과된다. 20년 넘게 꿈적도 하지 않는 징벌적, 약탈적 세금이다. 배당소득도 2000만원이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쳐 최고 49.5%의 세금을 내야 한다. 싱가포르엔 한국인 자산가의 이민과 재산 이전을 도와주는 패밀리오피스가 급증하고 있다. 외국으로 떠나는 대주주는 보유 지분에 대해 국외전출세를 내야 하지만 최고 27.5%여서 차라리 이를 내고 떠나는 편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영국 컨설팅업체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올해 금융자산만 100만달러를 넘는 한국 부자 1200명이 싱가포르를 포함해 상속세가 없거나 부담이 낮은 캐나다, 호주,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떠날 것으로 예상했다.
싱가포르로 이전됐거나 이전될 부(富)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204명이 1인당 50억원을 옮긴다면 그 돈만 1조원이 넘고, 1인당 100억원이라면 2조원을 웃돈다. 지난해 외국인의 한국 직접투자 자금 중 싱가포르 국적이 19억8100만달러(도착 기준)로 원화 2조7000억원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돈인지 알 수 있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상속세 부담 낮추기에 나섰다. 2024년 세법 개정안을 통해 최대주주 할증을 없애고, 최고세율을 40%로 낮추고, 자녀 공제 한도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야당도 부자 감세 타령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람도 돈도 다 떠나면 한국에 뭐가 남을지 생각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