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당국이 몇 년째 막대한 세수 추계 오류를 되풀이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2021년과 2022년 예산안 때는 실제 세수보다 61조원(본예산 대비 오차율 21.7%), 52조원(15.3%)씩 적게 추계하더니, 2023년 예산안 땐 실제보다 56조원(-14.1%) 많게 추정했다. 지난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예산안도 실제보다 30조원 정도 과대 추계한 것 같다며 “송구하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정부의 세수 추계 모델이 부실하기 때문이란 비판도 있고, 민간 전문가의 참여가 부족해 벌어지는 일이란 분석도 있다. 그동안 정부는 문제를 인식하고 추계 모형 개선 등을 추진했지만 뾰족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세수 추계 시점 자체가 근본적인 한계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9월 초까지 다음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려면 늦어도 8월 중순까진 세수 추계를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8월 중순이면 기껏해야 일부 기업의 2분기 실적 정도만 알 수 있는 시점이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8월 말 법인세 중간예납 결과도, 상반기 실적 발표 후 조정되는 증권가의 기업 실적 연간 전망치도 반영하지 못한다. 사실상 ‘깜깜이 상태’에서 그해 하반기부터 이듬해 연말까지 국내외 경기사이클, 기업 및 자영업자의 매출과 이익, 주식·부동산 등의 가격과 거래량까지 추정해 이듬해 세수를 산출하는 구조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며 성장률과 세수 간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부터 지정학적 갈등까지 변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런 구조가 결국 법인세,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등의 막대한 오차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당국이 세수 추계를 8월 중순까지 끝내야 하는 것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그전까지는 이듬해 예산안을 10월 초 국회에 보냈고, 자연히 세입예산도 9월 중순까지 짰다. 매년 정쟁을 벌이며 연말이 돼서야 예산안을 가까스로 통과시키던 정치권이 무슨 일인지 2013년 국가개정법을 개정해 ‘예산안 조기 제출 제도’를 도입한 결과다. 2015년 예산안부터 10일씩 앞당겨 2017년 예산안은 지금처럼 제출 시기가 9월 초가 됐다. 국회에 충분한 예산 심의 시간을 줘 헌법이 정한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12월 2일)도 준수하자는 취지였다.
10년이 흘렀지만 국회의 졸속·부실 심의는 그대로다. 올해도 그렇지만 9월 초 제출된 예산안은 국정감사 때문에 10월까지 사실상 방치되다가 11월이 돼야 국회 심의가 시작된다. 예산결산위원회 여야 간사와 기재부 책임자 몇 명이 모여 막판에 쟁점 예산을 처리하며 정치권 실세들의 지역구 민원 예산을 끼워 넣는 것도 차이가 없다. 법정 처리 기한이 지켜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 예산안 처리 시스템을 다시 개선해야 한다. 예산안 졸속 심사와 정쟁의 근본 원인인 국정감사를 상반기로 당겨 조기 제출 제도 취지대로 예산안 심의를 강화하든가, 지금처럼 국정감사를 하면서 정부 예산안 제출은 다시 10월 초로 늦추면 어떨까 싶다. 예산당국 관계자들은 세수 추계를 한 달만 늦춰도 오차를 크게 줄일 것으로 본다. 법인세 중간예납 결과와 3분기 성장률까지 얼마간 가늠하고 추계할 수 있어서다. 9월 중순까지 추계한 2010~2014년 예산안의 세수 오차율(절대값)이 높아야 4~6%에 머물다가 2016~2018년 8~9%대, 2021~2023년 14~21%까지 높아진 것이 이를 방증한다. 게(예산 심의)도 구럭(세수 추계)도 모두 놓치고 있는 시스템을 계속 놔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