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는 카멜레온처럼 새로운 걸 끊임없이 시도해야 합니다. 도전이 없으면 성과도 없습니다. 그대로 죽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죠.”
이순섭 폰드그룹 회장(56)은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와 만나 “폰드그룹은 홈쇼핑 언더웨어(속옷)에서 시작했지만 의류 전반을 넘어 뷰티 등으로 카테고리를 넓히고, 해외로도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폰드그룹은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연매출 4000억원 규모 중견 패션기업이다. 지난해 말 코웰패션 패션사업부를 인적 분할해 새출발했다. 최대주주는 대명화학(지분율 48.78%)이다. 창업자이자 2대주주인 이 회장(22.33%)이 독립 경영하고 있다.
올 들어 폰드그룹은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았다. 지난 8월 K뷰티 글로벌 유통사 모스트를 인수했고, 이달엔 미국 스포츠웨어 브랜드 ‘스파이더’를 운영하는 브랜드유니버스 지분 50.1%를 200억원에 사들였다.
이 회장은 최근 폰드그룹의 행보에 대해 ‘카테고리 확대’와 ‘영토 확장’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그는 “패션업계에는 ‘한우물만 파라’며 이종산업으로의 확장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하지만 매출 1000억원을 넘긴 패션기업 입장에선 신규 브랜드를 론칭해봐야 100억원을 더 늘릴 수 있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폰드그룹은 그동안 아디다스와 푸마, 캘빈클라인 등의 라이선스 언더웨어 제품을 생산·판매했다. 주된 유통채널은 TV홈쇼핑이었다. 그러다가 2022년 영국 BBC의 자회사 BBC스튜디오로부터 ‘BBC 어스(Earth)’ 의류의 한국·중국 판권을 확보해 신규 브랜드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작년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슈퍼드라이’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권 및 지식재산권(IP)도 취득했다. 이 회장은 “사업이란 자기 힘만으로 모든 걸 이뤄내긴 어렵다”며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합종연횡을 통해 조금씩 카테고리를 넓혀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스트 인수로 뷰티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 것에 대해 이 회장은 “모스트는 코스알엑스, 조선미녀 등 30여 개 K뷰티 브랜드를 미국 등지의 코스트코에 납품하고 있다”며 “앞으로 북미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유통 경로를 다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동안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스파이더에 대해서는 연내 흑자 전환을 자신했다. 이 회장은 “올해 프로야구 흥행으로 스폰서십을 맺은 한화 이글스 유니폼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이미 작년부터 영업, 생산 등 사업 구조 전반을 개편해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M&A가 마무리되고 글로벌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내년엔 매출이 올해보다 30%가량 증가해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 시장 진출 의지도 확고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국내만 쳐다보는 브랜드 사업은 더 이상 새로 하지 않겠다”며 “인수하거나 새롭게 시작하는 브랜드는 모두 해외를 겨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신세계그룹에서 9년간 의류 바이어 등으로 근무했다. 2002년 비케이패션코리아(현 폰드그룹)를 창업해 기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