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상가 시장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반값 수준에 공급하는 상가조차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커머스 확대와 상권 침체 속에 저렴한 임차료에도 자영업 도전을 포기하고 있어서다. 상가와 주택이 함께 조성되는 주상복합 용지 역시 수도권에서 인기가 시들해 용지 매각이 불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1일 LH에 따르면 최근 경기 화성 태안과 비봉, 부천 영상, 시흥 장현 등에서 진행한 LH ‘희망상가’ 공급이 모두 유찰됐다. 앞선 공급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해 재공급에 나선 곳이다.
희망상가는 공공임대주택단지 내 근린생활시설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최장 10년 동안 제공하는 창업 공간이다. 올해 전국 114개 단지에서 307호 공급을 예고했다. 청년이나 경력단절 여성 등에겐 시세의 50%, 소상공인에겐 80% 수준으로 공급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임대주택 단지 내 시설이어서 배후 수요가 비교적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상가 시장 침체로 가격이 저렴한 희망상가조차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LH에 따르면 희망상가의 최근 5년간 평균 계약률은 27%에 그친다. 2022년 38.8%까지 늘어난 계약률은 지난해 30.8%로 다소 낮아졌고, 올해도 평균 24.4%를 기록하고 있다.
수요가 부족한 지방과 달리 수도권은 한때 경쟁률이 최고 10 대 1에 달했다. 하지만 최근엔 수도권에서도 경쟁이 사라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지 내 상가여서 입지의 문제는 아니다”며 “서울 외곽 상가 시장이 무너진 영향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 신도시 내에서도 상가 기피 현상은 뚜렷하다. 최근 LH가 공급에 나선 하남 교산지구 주상복합 용지는 주인을 찾지 못해 유찰됐다. 주상복합 용지는 일반적으로 아파트와 상업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그런데 비교적 인기인 주택 용지와 달리 주상복합 용지는 민간이 상가 조성을 기피하면서 분양받는 것을 꺼리고 있다. 경기 의왕 월암과 군포 대야미 역시 최근 상업시설 용지와 주상복합 용지를 공급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LH는 유찰이 반복되는 토지에 대해 대금 납부 조건을 완화하거나 아예 반납할 수 있는 ‘토지리턴제’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상권 침체로 당분간 민간의 매입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발업계 관계자는 “각종 혜택에도 상가를 조성해 임차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