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SG 공시 의무화, 더 늦출 수 없다

입력 2024-11-05 10:00
[한경ESG] 칼럼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ESG 공시 열풍이 널리 퍼진 해다. 지난 3월 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 공시 최종안을 발표했으며, 중국·인도·호주·싱가포르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를 의무화하는 계획을 잇따라 확정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23년에 기업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확정, 발표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ESG 공시 의무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이르면 2027년부터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러한 글로벌 추세와는 다소 동떨어진 듯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021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3년 10월 금융위원회는 미국 등 주요 국가의 ESG 공시 의무화가 지연되었고, 국내 ESG 공시의 주요 참고 기준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공시기준이 뒤늦게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연기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국내 기업의 준비 상태가 부족한 점도 있었다. 이후 금융위원회는 2026년 이후에 도입할 것이라는 언급만 할 뿐 구체적 일정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며, 지난 4월 23일에는 ESG 공시 의무화 시기가 확정된 바 없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금융위원회가 ESG 공시 의무화 일정을 연기한 이유로 제시한 사안은 현재 상당 부분 해결된 상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주요 국가의 공시 의무화 일정이 확정되었고, ISSB 공시기준도 공표되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국내 ESG 공시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무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해외 여러 국가의 ESG 공시 도입 여부는 국내 기업이 주목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해외 기업이 공급망을 의미하는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 정보를 공시해야 하는 경우, 이들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도 온실가스배출량 정보를 집계해야 할 것이다. 특히 해외시장에 상장된 국내 기업이나 그러한 국내 기업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ESG 정보 집계 및 공시와 관련한 이슈가 시급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여러 상황이 변화한 만큼 금융위원회는 ESG 공시 의무화 일정 공표를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일부 기업이 이러한 공시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면 그에 맞춰 공시 내용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면 될 일이다. 경영자에게 규제가 부담되는 것은 기업의 경영을 옥죄게 하는 경우도 해당되지만, 언제 적용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의 주요 무역 상대국은 이미 ESG 공시를 넘어 이에 대한 인증에 대해서도 도입 시기를 확정한 경우가 많다. 어차피 ESG 공시 의무화를 피할 수 없다면 언제, 어떤 내용을 공시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해주어야 한다.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