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사이버 렉카, 플랫폼 규제 강화로 해결해야"

입력 2024-10-21 10:20
수정 2024-10-21 10:31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사이버 렉카’와 관련해 형사처벌을 신설하기보다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이버 렉카 문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현안분석 보고서를 21일 발표했다.

사이버 렉카는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 현장에 신속히 이동해 사고를 수습하고 차량을 견인하는 레커차에서 유래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논쟁적 사건이 발생하면 이슈를 신속히 가져와 짜깁기 형태의 콘텐츠를 게시해 금전적 이익을 얻는 사람을 가리킨다. 유언비어식의 근거가 없는 의혹을 제기해 특정인에 대한 비난·비방 콘텐츠를 제작한다. 보고서는 “사이버 렉카 문제는 미디어의 상업성이 어떻게 공공성을 해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까지 대상으로 사생활 노출, 허위 사실 폭로, 명예훼손과 모욕, 공갈 및 협박 등 콘텐츠로 이용자를 유도해 금전적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간사업자나 국가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피해자가 정서적 폭력에 시달리고, 심한 경우 자살에 이른 사례도 발생했다.

현재 국내에선 사이버 렉카에 대응하기 위해 형사 처벌 강화, 수익 몰수 강화, 온라인 플랫폼 관리 책임 강화 등에 대한 법적 규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선 사이버 렉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형사 및 행정적 규제를 할 수 있지만 양쪽 모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형사적 규제의 경우 엄격한 법적 구성요건을 갖춰야 범죄로 인정해 처벌할 수 있다. 범죄수익 몰수도 장기 3년 이상 중대범죄에 해당하지 않으면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 몰수 대상에 포함된다 해도 범죄와 그로 인한 직접 수익을 구분하기 어렵다. 행정적 규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유튜브와 같은 해외 서비스는 본국의 법률 관할하에 있다는 입장이다. 국내법을 적용해도 해외 플랫폼을 대상으로 게시물 삭제 등을 강제 집행하기 어렵다. 해당 플랫폼 내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와 연관된 규제로 범죄 행위에 연루된 가해자에 대해선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보고서는 “사이버 폭력이 이슈가 될 때마다 형사법 강화, 인터넷 실명제 실시 등의 입법 논의가 있었지만, 기본권 침해라는 헌법적 문제, 해외사업자 대상 규제의 어려움에 부딪혀 입법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며 “사이버 렉카는 사이버 폭력을 넘어 상업적 비즈니스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대응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등에선 사이버 렉카를 특정한 법적 규제는 없다. 대신 온라인상 행위가 불법이거나 유해할 경우 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고 있다. 다만 중국에선 온라인상 인기 유발이나 트래픽 유도 등을 목적으로 한 악의적 행위를 금지하고, 이와 관련한 불법·유해 정보 근절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게 온라인 폭력정보의 삭제·차단, 이용정지·해지, 수익 창출 정지, 필터링 서비스 제공 등 의무를 규정한 사례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해외 제도를 선택적으로 수용해 △사이버폭력 정의 조항 신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별도의 책임 규정 신설 △온라인 플랫폼의 선제 대응 △규제기관의 사후 규제 신설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먼저 사이버 렉카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사이버 폭력에 대한 일반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서 학생 대상의 사이버 폭력에 대해서만 규율하고 있을 뿐 성인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폭력에 대한 법 규정은 없어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사이버 렉카에 대한 대응은 형사처벌 신설보다는 플랫폼에 대한 행정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정책적 목적으로 일시적인 중형을 규정할 경우 전체 형법과의 조화가 깨질 수 있고 자유로운 표현행위를 위축시키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존 플랫폼 규제는 주로 콘텐츠 삭제와 차단, 이용해지 등에 주로 초점을 두고 있는 만큼 사이버 폭력과 연계된 수익 창출, 사이버 폭력 연루자에 대한 제재 등을 위해 별도의 플랫폼 규제 방안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규정을 마련해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구체적 의미를 부여하되, 미이행 시 규제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 조항은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국제적으로는 사이버 폭력 문제 해결에 있어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사이버 폭력 피해를 예방하고 구제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