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베트남 호찌민에서 북쪽으로 88㎞ 떨어진 한세실업 C&T(컬러&터치) 공장. 이곳에선 하루에 원단 약 15만㎏을 가공·염색해 인근 봉제 공장에 공급한다. 티셔츠 약 45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한세실업은 2013년 현지 원단 공장이던 이곳을 인수해 원단·염색 전문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C&T를 통해 한세실업은 베트남 한 지역에서 봉제와 원단 제작, 염색, 영업을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했다.
글로벌 의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인 한세실업은 2001년 베트남에 처음 현지 생산법인을 세웠다. 이후 2005년, 2010년 생산법인 두 곳을 추가로 설립하며 베트남 한국 섬유 기업 중 최대 생산 설비를 갖췄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만든 의류는 6600만여 장으로 한세실업 글로벌 전체 생산량(1억8800만 장)의 약 35%에 이른다.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은 “베트남이 미국과 수교하기 전부터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공장 부지를 매입해 경쟁사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 부친인 김동녕 한세예스24그룹 회장은 1990년대 미국과 베트남 간 관계 개선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발 빠르게 생산 기지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 한세실업은 타깃, 갭, H&M, 무인양품, 콜스, 월마트 등 대형 바이어를 고객사로 둔 글로벌 의류 ODM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C&T를 설립해 수직계열화 체제 구축에도 성공했다. C&T는 물론 한세실업의 베트남 생산법인 3곳 모두 호찌민 인근에 있어 상호 연계에 따른 집적 효과를 내고 있다.
한세실업은 베트남에서 성공한 노하우를 중미 지역에 이식할 예정이다. 2026년까지 과테말라에 2300억원을 투자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베트남과 유사한 ‘C&T 과테말라’도 함께 들어선다. 최대 시장인 북미와 인접한 과테말라에 방적, 염색, 봉제를 한곳에서 하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해 베트남에 이어 제2의 생산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중미를 대상으로 한 것은 한세실업에 주문하는 고객사 상당수가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중미는 미국과 카프타(CAFTA·중미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관세 혜택, 미국 기업의 니어쇼어링(소비시장 인접국으로 생산기지 이전) 트렌드 면에서 이점이 있다. 한세실업은 지난달 미국 섬유 업체 텍솔리니를 인수해 중미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추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텍솔리니의 합성섬유 기술력을 과테말라에 짓고 있는 원단 공장과 연계하면 시너지를 낼 것으로 한세실업은 기대한다.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은 “중미에서 한세실업 정도로 수직계열화를 시도하는 업체가 없기 때문에 공장 완공 이후엔 압도적 우위에 설 것”이라며 “늦어도 2026년 초엔 과테말라에서 생산과 판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김익환 부회장은 김석환 부회장의 동생이다.
그룹 지주사인 한세예스24홀딩스는 연내 자동차 부품 회사 이래AMS 인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석환 부회장은 “한세는 생산 관련 기술과 해외 공장 운영, 바이어 수주 등에 특장점이 있다”며 “이 같은 노하우를 이래AMS에 접목한다면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