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 성징이 일찍 나타나는 질환인 '성조숙증'을 겪은 아이들이 최근 10년 사이 2.6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능한 한 빠르고,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성조숙증 환자는 2014년 9만6733명에서 지난해 25만1599명으로 160% 급증했다.
올해 7월까지도 벌써 19만4803명이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조숙증은 이차 성징이 이르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여아가 8세 이전에 가슴이 발달하고 남아가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거나 음모가 발달하면 성조숙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질환의 원인으로는 서구화한 식습관, 소아 비만, 환경 호르몬 등이 꼽힌다. 그동안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들 대부분이 여아였는데, 지금은 그 비중이 줄고 있다. 성조숙증 환자 중 여아 비중은 2014년 91.9%에서 지난해 80.7%로 줄었다. 남아들 사이에서 성조숙증이 늘어난 것이다.
박 의원은 "성숙이 지나치게 빨라지면 성장 호르몬 불균형으로 성장판이 조기에 닫힐 우려가 있고,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며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각종 질환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이 성장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사춘기이지만, 또래보다 더 빠르게 찾아온다면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 당사자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정은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처음엔 잘 크는 것 같지만 골연령이 빨라져 사춘기가 정상으로 시작되는 아이에 비해 성인 키는 오히려 작을 수 있다"라며 "뿐만 아니라 또래와 이질감 등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어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면 가능한 한 빠르게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최 교수는 "성조숙증의 진단과 진행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병력, 진찰, 골연령 검사 및 성호르몬 검사 등을 실시하며 성조숙증으로 진단됐을 경우, 또래와 사춘기 발달을 맞추기 위해 성조숙증 치료제를 팔이나 엉덩이에 피하 또는 근육 주사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끝으로 "성조숙증 치료의 주요 목적은 사춘기 발달을 또래와 맞추고, 최종 성인 키의 손실을 최소화하며 정신사회적인 문제를 줄이는 것이다"라며 "가능한 한 일찍, 그리고 꾸준한 치료가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