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여파로 유럽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 고객들을 중국 항공사가 독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항공사는 러시아 영공을 통과할 수 있지만, 유럽 항공사는 러시아의 영공 통제에 따라 금지돼 있어서다. 뿔난 유럽 항공사들은 정부 차원의 시장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 항공사들은 EU 집행위원회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항공사들을 규탄, 유럽연합(EU)의 조치를 촉구했다. 카스텐 슈포어 독일 루프트한자 최고경영자(CEO)는 "공정한 경쟁을 위해 유럽으로 향하는 모든 항공편은 러시아 영공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루프트한자(독일)·에어프랑스·KLM(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항공사들은 자국 정부나 EU에 중국 항공사의 유럽 노선 운항 횟수를 제한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항공사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취항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항공사들은 러시아의 대(對) 서방 영공 통제 조치에 어부지리를 톡톡히 얻고 있다. 이들은 기존 항로를 통해 서방의 항공사들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점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인천에서 베이징을 경유해 런던으로 가는 항공권은 런던행 직항 항공편보다 3~4배 비쌌지만, 소요 시간은 경유가 직항보다 약 1시간밖에 길지 않았다는 사례도 알려져 있다.
가격 경쟁에서 밀린 유럽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 운항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이달부터 프랑크푸르트-베이징 노선을 임시 중단하기로 했고, 버진아틀란틱(영국)도 이달 26일부터 런던-상하이 노선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스칸디나비아 항공(SAS)은 내달 8일부터 코펜하겐-상하이 노선 운항을 중단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