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작가] 전쟁·이민자의 아픔 생생…영상예술 대가, 아캄프라

입력 2024-10-18 18:24
수정 2024-10-19 02:12
지난 9~13일 영국 런던에서 개막한 유럽 최대 규모 아트페어 ‘프리즈 런던’에서 가장 붐빈 부스 중 하나는 LG전자가 설치한 ‘LG 올레드 라운지’였다. 이곳에서는 영화감독 존 아캄프라(66)의 27분 길이 신작 ‘비커밍 윈드’(Becoming Wind·바람이 되는 것)가 상영됐다. 그만큼 아캄프라의 인기는 높다. 세계적 작가 겸 영화감독인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뉴욕대, 프린스턴대 등에서 강의했고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그의 성공 과정은 한 편의 영화 같다. 극심한 정치적 혼란을 겪던 1958년의 가나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다섯 차례 연달아 벌어진 쿠데타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목숨만 건져 영국으로 건너간 게 그의 나이 일곱 살 때 일이다. 성장 과정에서 심각한 인종차별을 겪었고, 그 아픔을 토대로 작품을 제작하며 영상 예술의 대가로 떠올랐다.

아캄프라는 전쟁과 이민자의 삶,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 등 현대미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서정적인 울림을 주는 영상미와 세련된 주제 표현이 그의 작품을 차별화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