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하나로유통 600억 적자…"수술대 올릴 것"

입력 2024-10-18 18:28
수정 2024-10-19 03:30
농협중앙회가 양대 유통 조직인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구조 개편에 나선다. 구매와 판매가 분리된 비효율적인 사업 구조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연간 수백억원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은 별도 조직이지만 ‘농협하나로마트’라는 동일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어 ‘쌍둥이 자회사’로 불린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사진)은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본연의 업무를 못 하면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을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려 여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며 “유통 부문에서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유통은 2021년 순이익 27억원을 거뒀지만 지난해는 287억원의 적자를 냈다. 농협하나로유통은 당기순손실이 2019년 18억원에서 지난해 309억원으로 커졌다. 두 조직의 작년 순손실은 600억원에 달한다.

3년 전 사업 구조 개편의 여파라는 게 농협중앙회 안팎의 분석이다. 농협경제지주는 2021년 11월 유통 분야 5개 자회사 중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한 4개사(농협유통·농협대전유통·농협부산경남유통·농협충북유통)를 농협유통으로 통합했다. 이때 4개사가 갖고 있던 구매권을 농협경제지주로 넘겼다. 농협유통은 농협경제지주가 구매하는 상품을 수동적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영 실적의 책임은 농협경제지주가 아니라 농협유통이 고스란히 떠안으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하나로유통도 마찬가지로 구매권 없이 판매 의무만 지고 있다. 이날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회장에게 “구매권과 판매권은 물론이고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회장은 “여러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구조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