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150억 낸 국립 의대생, 유급땐 한푼도 못돌려받는다

입력 2024-10-18 17:43
수정 2024-10-19 00:58
의대 증원에 반발해 휴학을 신청한 국립대 의대생이 납부한 등록금이 1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학이 승인되지 않고 유급될 경우 돌려받을 수 없어 의대생과 정부, 학교 사이의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를 제외한 전국 9개 국립대 의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1, 2학기 휴학을 신청한 의대생의 등록금 납부 총액은 총 147억57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학교별로 보면 전북대가 25억99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경북대(21억8000만원), 부산대(21억1300만원), 충남대(19억8800만원), 전남대(18억3800만원) 등에도 20억원 안팎의 등록금이 납부됐다. 이어 경상국립대(14억4500만원), 강원대(12억5400만원), 충북대(7억6300만원, 1학기 기준), 제주대(5억7300만원, 1학기 기준) 등의 순이었다.

일반적으로 휴학의 경우는 학생의 요청이 있으면 등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또는 반환 대신 복학하는 학기 등록금으로 이월해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급은 다르다. 이월이나 반환 모두 불가능하다. 현재 서울대를 제외한 9개 지방 국립대는 의대생 집단 휴학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동맹휴학은 휴학 사유가 아니라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2025학년도 1학기 복귀를 전제로 휴학 승인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대생들은 조건부 휴학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결국 유급이 된다면 150억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셈이다.

사립대도 비슷하다.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중 국립대 10곳을 제외한 사립대학 30곳은 모두 휴학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사립대 의대생들의 등록금이 국립대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백억원대 등록금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의대생들이 정부와 학교 측에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영호 위원장은 “유급이 현실화하면 등록금 반환과 관련한 대규모 소송전 등이 대두될 수 있다”며 “의대생 휴학과 관련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의 적극적인 대책과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