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애 키우는 남자들 많이 보이더라"…초유의 상황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4-10-19 06:57
수정 2024-10-19 08:22

남성 비경제활동인구가 늘고 있다. 9월 기준 지난 20년간 최다를 기록한 것이다. 이중 가사를 하는 남성 인구 수도 같은 기간 역대 최고로 나타났다. 최근 건설업·제조업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경기가 악화된 것이 남성 일자리 한파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9월 남성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3.4% 늘어난 611만8000명으로 지난 20년간 같은 달 기준 최다로 집계됐다. 증가 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4.5%)를 제외하면 20년간 최고다.

절대적인 수는 비경제활동인구는 남성이 적지만, 여성 비경제활동인구가 최근 4년간 내리막길을 걸어온 것과 대조인 분위기를 보인다. 9월 기준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는 2020년 1078만2000명→2021년 1061만6000명→2022년 1033만6000명→2023년 1015만7000명→2024년 1000만7000명으로 내림세다.

남성 비경제활동인구 중 가사 인구도 9월 기준 20년간 최다였다. 9월 남성 가사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11.6% 증가한 2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이후 이 그래프는 증가세를 보인다. 남성 육아 인구도 역대 2번째로 높은 2만명에 달했다. 가장 높았던 것은 지난해 같은 달의 2만1000명으로, 전년과 비슷하게 안 좋은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그간 여성 중심적이었던 가사나 육아 활동을 남성들이 확대하는 것은 고무적인 한편, 그만큼 남성들의 일자리가 많이 몰린 기존 산업이 위태롭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건설업 일자리가 10만명 줄고, 도매 및 소매업이 10만4000명 줄어든 게 일례다. 9월 고용통계에 따르면 건설업 일자리는 10만명 줄었는데, 10차 산업 분류로 개정된 2013년 이후 역대 최대 낙폭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를 바라보면 한동안 이러한 흐림이 계속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은 고용의 질 등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라 경기 악화 속 비경제활동인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리를 추가적으로 큰 폭으로 인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 경기나 내수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주력 산업이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산업 경쟁력은 낮아지고, 조선과 같은 큰 산업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동안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