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확산하면서 주요국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원화는 달러당 1370원, 엔화는 150엔 위로 올라섰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강달러 흐름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1원10전 오른 1369원70전에 거래됐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새벽 2시 1372원70전에 마감했다. 오전 중 1370원선에서 움직이다가 주간 거래 막판 하락했다. 이후 연장시간대 거래에선 다시 1370원대 안팎을 오가고 있다.
환율 상승세는 이달 들어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30일 1307원80전에서 약 18일만에 61원90전 상승했다. 주간 또는 야간거래 종가에서 1370원대 환율이 나타난 것은 지난 8월13일(1370원40전) 이후 약 2달만이다.
일본 엔화도 큰 폭으로 올랐다. 일본 NHK 등에 따르면 엔화는 이날 장중 한때 도쿄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0.26엔까지 올랐다. 이 역시 지난 8월 이후 처음이다.
원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를 나타낸 것은 글로벌 달러 강세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DXY)는 17일(현지시간) 103.76까지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나타난 '트럼프 트레이드'가 달러 강세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관세를 '가장 아름다운 말'이라고 표현하는 등 보호무역주의를 옹호했다. 이것이 교역 상대국의 통화가치를 낮추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여겨지면서 달러강세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당분간 주요 가격변수들은 미국 대선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가 강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시시한 점도 달러 강세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9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4% 증가해 시장 예상치인 0.3%보다 높았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17일(현지시간) 3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연 3.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면 유럽과 영국 등은 금리 인하로 통화가치가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7일(현지시간) 올해 세번째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12월엔 빅컷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도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하면서 금리 인하 압력이 커지고 있다.
환율 상승세가 나타나면서 외환당국의 경계감도 커지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당국의 미세 조정이 환율 추가 상승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환율 흐름이 이어질 경우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속도는 더욱 더뎌질 전망이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Fed보다 느린 속도의 금리 인하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과의 금리차가) 우리만 벌어지면 금융시장이 (과거와)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