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2라운드…"배임" vs "적대적 인수·합병 대응"

입력 2024-10-18 13:54
수정 2024-10-18 14:02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과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첫 심문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3조6000억원 규모 자사주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MBK파트너스-영풍과 지분율 격차를 약 1.92%까지 좁혀질 수 있어 법원 결정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가처분 신청의 인용 및 기각 여부는 이르면 21일 나온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김상훈) 심리로 열린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양측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시도를 각각 배임과 적대적 인수 방어로 규정하며 충돌했다.

이번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23일까지 3조6852억여원 규모의 자사주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히자 영풍이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한 것이다.

양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35명에 달한다. 영풍 측이 20명, 최 회장 측이 15명이다. 영풍 대리인단에는 법무법인 세종과 베이커맥켄지 앤 케이엘파트너스 변호사와 함께 홍승면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선임됐다.

고려아연 측은 경영권 분쟁 사건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상당수가 대리인 나섰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김용상 변호사와 고창현·유해용·진상범·박철희·조현덕 변호사 등 15명의 변호사가 함께한다.

영풍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윤범 현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간 모든 주주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적립한 이익금을 여기에 사용하려 한다. 이는 배임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리인은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10년간 30만원∼55만원을 유지해왔는데 최 회장은 89만원에 매수하려 한다. 이는 주식의 실질 가치를 고려한 게 아니다"라며 "회사는 매수 종료 시점에 1조3600억원이 넘는 손해와 3조원이 넘는 부채를 감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리인은 또 "이번 공개매수는 주주평등 원칙에도 반한다"며 "영풍은 최 회장과 지분경쟁을 벌이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할 리가 없는데, 결국 최대 주주인 영풍에게 불이익을 가하고 2대 주주인 최 회장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이에 "자사주 공개매수는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해 기업 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잡으면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보다는 배당 확대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사주 공개매수가인 89만원이 주식의 실질 가치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영풍도 공개매수가를 83만원까지 올렸는데, 83만원은 실질 가치에 부합하고 89만원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리인은 또 "영풍을 비롯한 모든 주주에게 공개매수에 응할 균등한 기회를 부여한 만큼 주주평등 원칙도 준수했다"며 "개별 주주가 개인적 사정으로 공개매수에 응모할 수 없다고 주주평등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기록을 검토해 오는 21일에는 결정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하겠다며 공개매수 기간인 9월 13일∼10월 4일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게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지난 2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초 주당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제시했다가 지난 11일 89만원으로 높였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