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가 읽었대" 난리나더니…불티나게 팔린 이 책

입력 2024-10-18 11:25
수정 2024-10-18 12:55


"매일 시집과 소설을 한 권씩 읽는다. 문장들의 밀도로 다시 충전되려고.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과 걷기를 하루에 두 시간씩 한다. 다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 - 한강, 『디 에센셜: 한강』, p.346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후 '책읽기'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늘며 문학도서 판매량이 49.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 작가가 언급한 '사자왕 형제의 모험', '긴 호흡', '빛과 멜로디' 등 판매량도 증가했다. '한강 신드롬'이 독서 열풍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실제 SNS에는 독서 관련 해시태그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독서 스터디나 필사 모임 등 독서 경험을 공유하는 모임이 온라인에서 증가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루틴대로 독서와 산책을 하며 마음과 몸의 근육을 키우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도서 판매량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스24의 집계에 따르면, 노벨문학상이 발표된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한강 작가의 도서를 제외해도 '국내 도서 전체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벨문학상 영향으로 문학 구매자가 전체적으로 증가했다. 최단기간 밀리언셀러를 돌파한 한강 작가의 저서를 제외한 집계를 살펴보면, ‘소설/시/희곡’ 분야 판매량이 전년 대비(10/10~16) 49.3% 증가했다.

또한 한강 작가의 책과 함께 구매한 도서 역시 ‘문학’으로, ‘소설/시/희곡’ 분야가 16.1%로 1위를 차지했다.



노벨상 수상이 문학 독서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음은 판매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강 작가의 책을 주문하면서 함께 산 소설 1위는 양귀자 작가의 '모순'으로 노벨상이 발표된 후 전년 동기 대비 421.1% 판매가 급증했다. 1998년 발표한 '모순'은 당시에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오랜 기간 소설 부분에서 큰 사랑을 받아온 작품으로 최근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한 세계적인 문학상을 받거나 후보로 오른 도서들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2024 톨스토이 문학상을 받은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은 전년 동기 대비 117배 판매가 증가했다. 2022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로 선정된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52배,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된 '철도원 삼대'는 257배 판매가 급증했다.

한강 작가가 언급하거나 읽었다고 알려진 책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노벨상 발표 직후 스웨덴 한림원이 공개한 한강 작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언급된 '사자왕 형제의 모험'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35배 증가했다.



한강 작가가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에게 추천했다고 알려진 '긴 호흡'과 '올리브 키터리지'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00%, 2466.7% 증가했다.

지난 2014년 '지금 나를 만든 서재' 기획을 통해 한강 작가가 공개한 '내 인생의 책 5권'도 주목받고 있다. 임철우 작가의 단편 소설집 '아버지의 땅', 파스테르나크의 자전적 에세이 '어느 시인의 죽음', 보르헤르트의 유작 '이별 없는 세대',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판화가 카테리네 크라머의 '케테 콜비츠'의 총판매량은 20배(1985.7%)가량 증가했다.

그 밖에 노벨문학상 수상 직전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근 읽었다고 말한 국내 소설가의 신작 2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조해진 작가의 '빛과 멜로디'는 138.9%, 김애란 작가의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은 93.4% 증가했다.

예스24 도서사업1팀 김기옥 팀장은 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에서 파생된 문학 열풍에 대하여 "한강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독자들이 다른 책들도 함께 구매하며 오랜만에 업계가 활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한강 작가는 포니정 혁신상 시상식에 참석해 "노벨 위원회에서 수상 통보를 막 받았을 때는 사실 현실감이 들지는 않아서 그저 침착하게 대화를 나누려고만 했다. 전화를 끊고 언론 보도까지 확인하자 그때에야 현실감이 들었다"면서 "그날 밤 조용히 자축을 했다"고 전했다.

한강 작가는 "한편으로 이후 제 개인적 삶의 고요에 대해 걱정해주신 분들도 있었는데, 그렇게 세심히 살펴주신 마음들에도 감사드린다"며 "저의 일상이 이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기를 저는 믿고 바란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저는 제가 쓰는 글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사람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통보받은 날에도 책을 읽고 산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