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삼송동 ‘삼송2차아이파크’ 전용면적 84㎡(19층)는 지난 5월 8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뒤 바로 옆 단지인 ‘삼송스타클래스’ 전용 84㎡(19층)는 6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입주 시기(2015년)와 면적, 층수가 동일하지만 2억원의 가격 차이를 보였다. 다른 점은 ‘대형 건설회사 브랜드를 달았느냐’ 여부였다.
주택 수요자 사이에서 대형 건설사를 선호하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에 ‘물량 쏠림’이 나타나는 이유다. 토목 등 건설공사에서도 대형사에 실적이 집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상위 1~50위 업체의 건설공사 계약액이 전년 동기 대비 24.3% 증가할 때, 301~1000위 기업은 12.1% 줄어드는 등 규모별 실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중소·중견 건설사의 실적 부진과 자금난이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주택 공급 위축으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 대형사 아파트만 몰려
17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국내 10대 건설사가 이달 전국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전체 물량(4만703가구)의 56.1%인 2만2845가구다. 올해 들어 9월까지 10대 건설사 물량은 총 6만1294가구, 월평균 6810가구였다.
대형 건설사와 중소·중견 건설사에 대한 수요자의 선호도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 극명하게 대비된다.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가 공급한 아파트 3만3311가구(63개 단지)에 청약통장을 쓴 수요자는 26만8978명이었다. 평균 경쟁률은 8.07 대 1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소·중견 건설사가 공급한 2만7632가구에 청약한 수요자는 10만9916명이었다. 평균 경쟁률은 3.98 대 1로, 10대 건설사 경쟁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가치가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는 재무적으로 튼튼할 것이라는 믿음과 그룹 계열사라는 점,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점이 대형 건설사를 선택하도록 하는 요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공사비와 사업비가 늘어나면서 자금 융통에서 유리한 대형 건설사가 입지, 상품성, 브랜드 가치까지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중소 건설사는 갈수록 위축돼 분양 시장 내 양극화가 커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건설사 ‘폐업 공포’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건설사는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레미콘·시멘트 등 자재값 상승, 인건비 부담 등에 섣불리 공사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쌓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집계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6461가구로, 1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수도권은 2821가구로 8월 대비 2.7%(79가구) 줄었지만, 지방은 1만3640가구로 3.8%(502가구) 늘었다.
지방 중소 건설사의 폐업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 건설통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으로 올해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종합건설사 8곳, 전문건설사 16곳 등 총 24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20곳이 지방 건설사다.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9월 종합건설사 357곳, 전문건설사 1536곳이 문을 닫는 등 총 1893곳이 폐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 늘어난 수치다.
앞으로도 시장 상황이 개선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1조원가량 적게 책정돼 중소·중견 건설사의 먹거리가 줄 것으로 예상돼서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지방 중소 건설사에 저리 대출과 SOC 사업 확대 등 건설 경기 부진 탈출을 돕는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