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최근 기업가치 1570억 달러(약 215조원)를 인정받으며 66억 달러(약 9조원) 규모의 펀딩을 유치했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벤처캐피털 펀딩이다. 오픈AI는 현재 비상장 기업가치 기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틱톡, 3위는 스페이스X가 차지하고 있다.
이번 투자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주요 투자자들이 참여했으며 애플은 소문대로 투자 검토 후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오픈AI는 투자자들에게 앤트로픽(아마존이 대주주)과 xAI(일론 머스크의 AI 기업)와 같은 경쟁사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투자금은 AI 연구, 컴퓨팅 캐파 증설, 그리고 관련 도구 개발 등에 사용될 예정이며 논란이 되었던 비영리 조직에서 영리 법인으로의 전환 관련 디테일은 이번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오픈AI의 챗GPT를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AI는 실생활에서 이미 유용하게 접목되고 있으며 그 발전 속도는 놀랍다. AI 버블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AI가 차세대 테크 패러다임을 주도할 것이라는 점은 거의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한편 AI에 대한 높은 관심과 투자 자본 대비 크립토의 오늘날 모습은 다소 초라해 보인다. ETF의 수혜는 비트코인에 국한되었고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지 않은 상태다. 물론 리스테이킹, 밈코인, 모듈러, 비트코인 L2 등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사용처가 한정적이며 대중의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하다. 이더리움 vs 오픈AI현재 이더리움의 시가총액은 약 3000억 달러(약 410조원)로 오픈AI의 약 2배 수준이다. 관점에 따라 이더리움이 고평가 또는 저평가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더리움과 오픈AI는 전혀 다른 개념이지만 2015년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여 차세대 인터넷 혁신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과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을 통해 ‘월드 컴퓨터’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한때 빅테크에 대항하는 혁신적 기술로 부상했다. ‘읽고 쓰고 소유한다’는 웹3의 슬로건은 이 비전을 뒷받침했고 울트라 사운드 머니와 같은 경제적 내러티브도 주목을 받았다. 2024년 현재 이더리움의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여전히 많은 활동이 투기성 거래에 그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이더리움이 빅테크를 대체하거나 대규모로 채택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줄어들었고 이더리움은 이제 디지털 머니로 자리 잡은 비트코인과 빠른 블록체인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솔라나 사이에 끼어 있다.
한편 오픈AI의 서비스 챗GPT는 오늘날 주간활성사용자(WAU) 기준으로 2억5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오픈AI의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지표다.
매일 새로운 혁신적인 사용 사례들이 등장하며 오픈AI는 구글과 애플이 지배하고 있는 검색엔진과 앱스토어 시장에 잠재적인 파괴자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지속 가능성 문제와 거버넌스 논란이 여전히 있지만 많은 이들은 오픈AI가 다음 패러다임을 이끌 잠재력이 있다는 데 동의한다.
물론 오픈AI와 이더리움을 비교하는 것은 마치 전화와 자동차를 비교하는 것처럼 부적절하다.
이더리움은 오리너구리처럼 한 가지 프레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자산이기 때문이다. 탈중앙화 금융(DeFi)부터 NFT, 스테이블 코인, 디지털 채권 등의 역할까지 이더리움은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고 세상을 바꿀 차세대 테크를 지향했다는 점에서 오픈AI와 이더리움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AI vs 암호화폐지난 10년간 많은 혁신 사례를 만들어낸 것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프로젝트보다는 오픈AI와 같은 AI 기업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은 기술적 가능성과 비전에 비해 대중적인 채택과 실사용 사례가 부족했다. 반면 AI는 빠르게 대중화되며 폭넓은 사용자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중앙화된 AI는 데이터 통제 권한을 소수의 기업이 독점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와 권력 집중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반해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된 데이터 관리와 검증을 통해 보안을 강화하고 사용자에게 데이터와 권한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향후 10년간 AI와 암호화폐·블록체인은 공존하겠지만 시장 크기, 성장률, 자본 규모, 채택률, 파급력 등을 고려할 때 AI가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AI는 이미 대중적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확장성과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반면 암호화폐·블록체인은 대규모 채택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AI와 암호화폐·블록체인의 교차점향후 10년간 AI와 암호화폐·블록체인은 공존하겠지만 시장 크기와 성장률, 자본 규모, 그리고 채택률 등을 고려했을 때 AI가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AI와 암호화폐·블록체인의 교차점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영역이며 초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그 잠재력만큼이나 불확실성도 크다. 대부분의 기존 AI 코인은 그 가치가 불분명하고 그나마 월드코인과 스토리 프로토콜이 문제를 잘 정의했지만 이들이 효과적인 솔루션을 실행할지는 미지수다.
AI는 정치 개입, 딥페이크, 일자리 대체와 같은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럴 때 암호화폐·블록체인이 대안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 시점과 구체적인 사건이 어떻게 발생할지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내 생각에 암호화폐·블록체인은 기존의 권력 구조에 대항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의 법정화폐에 대항하는 비트코인, 웹2를 대표하는 빅테크에 대항하는 이더리움과 탈중앙화된 웹3 세력. 마찬가지로 빅테크 AI와 이와 관련된 암호화폐·블록체인의 잠재적인 대립 구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AI의 힘이 강해질수록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암호화폐·블록체인과 교차점을 형성한 AI 생태계 역시 커질 것이라는 점이 나의 가설이다.
아래는 AI와 암호화폐·블록체인의 교차점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틀릴 가능성이 높은 가설에 불과하다는 점을 미리 고지한다. AI와 크립토·블록체인의 교차점1. AI 에이전트 경제활동
AI 에이전트가 경제활동을 하게 될 때 스테이블 코인의 사용이 유력하다. 규제된 시스템 내에서는 Base나 솔라나 기반의 USDC 결제가, 비규제 영역에서는 USDT와 같은 다른 체인의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에 새로운 AI 코인이 필요할지는 의문이다.
2. 탈중앙화 AI
현재 LLM(대형언어모델)은 이미 빅테크의 영역에 속해 있다. 탈중앙화 AI는 성능 문제와 누가 이를 사용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며 고품질 AI를 유지하고 개선하려면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주로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가 주도하고 있는 영역으로 신생 코인 프로젝트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구조다.
3. 탈중앙화 GPU
현재 GPU 사용률은 높으며 이미 빅테크가 지배하고 있다. 사용되지 않는 GPU는 많지 않으며 소규모 GPU로는 확장하기 어렵다. 수요가 있다면 중국이 미국 제재를 피하기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시장이 성장하면 미국의 제재도 강화될 것이다.
4. 지식재산권(IP)
스토리 프로토콜은 IP 관리와 관련된 문제를 잘 정의했으며 a16z 등으로부터 1900억원에 달하는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성과를 판단하기에 이르고 팀이 실제로 어떻게 실행할지는 미지수다.
5. 인간 vs AI 식별
월드코인은 수백만 명의 인간 사용자를 온보딩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물리적 기기인 오브(Orbs)를 설치해야 한다는 점은 규제 문제를 동반하며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
6. 기본소득(UBI)
월드코인은 기본소득 측면에서도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7. AI Layer 1
현재로서는 AI Layer 1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러한 레이어가 필수적인 기능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8. AI 앱스토어
현재 주요 플레이어는 구글, 애플, 오픈AI다. AI 특화 앱스토어가 등장한다면 이는 불법 콘텐츠나 음성적인 목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지만 틈새시장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9. AI 거래 및 예측 시장
AI를 활용한 거래 및 예측 시장 인프라가 등장할 수 있지만 새로운 AI 코인이 이 분야에서 필요한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10. 기타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기타 가능성들도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AI와 블록체인의 교차점은 잠재력이 크지만 그 실현 가능성과 필요성에는 의문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 영역은 장기적으로 주목할 가치가 있으며 미래의 중요한 혁신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