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주 "아빠가 이민호, 엄마가 동갑 김민하? 좋았다" [인터뷰+]

입력 2024-10-17 06:32
수정 2024-10-17 06:33


2년 만에 돌아온 애플TV 플러스 오리지널 '파친코' 시즌2(이하 '파친코2')가 발굴한 새 얼굴이 있다면 단연 강태주가 아닐까.

'파친코' 시리즈는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살아가게 된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를 4대에 걸쳐 그려낸 작품.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파친코'가 그리는 장대한 대서사시에 시즌 1은 국제무대에서 피바디상, 미국영화연구소 선정 올해의 프로그램상,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고담 어워즈 작품상을 비롯한 11개의 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파친코2'에서는 극의 주요 배경을 일본으로 옮겨와 한수(이민호 분), 선자(김민하 분)가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강태주가 연기한 노아는 한수와 선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평생 바르고 따뜻함을 보여줬던 이삭(노상현 분)의 아들인 줄 알았고, 그런 아버지를 닮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던 노아는 한수가 친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후 혼란을 겪게 되는 인물이다.

'파친코2'에 새롭게 합류한 강태주는 "오디션을 통해 출연하게 됐다"며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캐나다로 촬영을 떠나는 순간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지만, 재밌게 촬영했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강태주는 전작인 영화 '귀공자'에서 198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마르코 역에 발탁돼 화제가 됐다. 박훈정 감독의 작품으로 기획 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귀공자'에서는 거칠고 반항적인 코피노의 모습을 보여줬던 강태주는 '파친코2'에서는 섬세하고 바르지만 예민하고 혼란스러운 노아를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원작 소설을 재밌게 읽고, 꼭 하고 싶어 영어부터 일본어까지 열심히 준비했다"는 강태주는 3개월에 걸친 오디션을 통과했다. 이미지를 보는 영상 오디션은 물론 다른 배우들과 합을 보는 케미스트리 리딩까지 합격점을 받아 '파친코2'의 당당한 주역이 됐지만 "운이 좋았다"면서 겸손함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노아와 닮은 점이 많다"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저도 장남이고, 제가 열심히 해서 우리 가족이 더 나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왔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바르게 살려 노력했어요. 원작 소설을 보면서 노아의 감성이 저의 이런 부분들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느껴졌어요. 제가 표현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더 '파친코2'에 간절했던 거 같아요."

선자 역으로 발탁된 김민하와는 동갑이었고, 아빠는 이민호였다. 자신의 아역으로는 '동백꽃 필 무렵', '라켓소년단' 등으로 유명한 김강훈이 캐스팅됐다. 강태주는 "강훈이가 나이가 조금만 더 많았다면, 저랑 같은 역할로 오디션을 봤겠구나 싶어서 신기했다"며 "그만큼 노아랑 비슷했고, 결이 좋았다"고 치켜세웠다. 이민호, 김민하와는 "캐나다에서 함께 지내면서 서로의 집을 오가며 홈파티를 하며 친하게 지냈다"며 이민호는 자상한 선배, 김민하는 든든한 동료로 꼽았다.

"처음에는 (김)민하와 동갑이라 걱정이 된 부분이 있었어요. '현장에선 존댓말을 써야하나' 그런 일차원적인 생각도 했는데, 엄마와 아들의 장면을 찍으며 마음이 쌓이고, 두 사람의 돈독함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아 저희도 빨리 몰입할 수 있었어요. 눈만 봐도 눈물이 났죠."

실제 엄마와의 관계를 묻는 말에 "저는 많은 얘기를 하지 않는다"며 "K-장남"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강태주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왔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를 졸업한 강태주는 "패션 쪽으로 취업하고 싶어서 관련 대외활동을 하던 중 모델이나 프로필 촬영 제안을 많이 받았고, 해보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며 "'나, 이거 좋아하는구나'를 하면서 알았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앞으로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공부하라"고 서울로 보낸 아들이 "연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우려보다는 "잘 해보라"고 응원해줬다고. 여동생은 '파친코2' 오디션을 함께 도와줬고, 가족 단체 채팅방에는 그가 출연한 작품의 모니터 반응이 올라 온다고 전했다.

자존감이 떨어졌던 시기, 영화 '귀공자'에 발탁되면서 극복했다는 강태주는 "'파친코2'를 통해 연기자로서 또 하나의 목표를 이뤘다"고 의미를 전했다. 일본 영화와 드라마를 보며 공부해 JLPT N1급을 따냈고, 해외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섀도잉'을 하며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강태주는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게 배우로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은 노아의 마음을 이해 못 하더라도, 저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거 같다"면서 마지막까지 노아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노아는 처음으로 자기의 심연을 마주했어요. 이전부터 생각해오던 것과 그걸 현실로 받아들이는 건 다른 충격이잖아요. 거기서 오는 자기혐오가 있었을 거 같고, 이삭과 같은 바른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에게서 한수의 모습을 보며 스스로 역겨워한 게 아닐까요? 그게 견딜 수 없었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