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무서워 안산다더니…벤츠 '역대급'으로 팔렸다

입력 2024-10-16 18:43
수정 2024-10-17 02:39
지난 8월 인천 청라아파트 주차장 화재로 위기를 맞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판매량이 오히려 크게 늘었다. 화재 사건 여파로 이미지가 추락하자 할인율을 대폭 높여서다.

1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달 국내에서 8382대를 판매했다. 전달(5288대)보다 59%, 1년 전(6971대)보다는 20% 넘게 늘었다. E클래스(4941대)가 8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화재가 난 모델인 EQE와 EQB 등도 같은 기간보다 40~60%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연초 출시한 E클래스 물량이 대거 국내에 들어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입차업계에선 벤츠 판매가 늘어난 이유를 대규모 할인에서 찾는다.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E클래스 일부 모델의 할인 폭을 1300만원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벤츠는 할인하지 않는다”는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한 수입차 딜러사는 “벤츠 독일 본사가 화재 사건 이후에도 한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지 않게 프로모션 지원금을 대거 지급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지원 규모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한 딜러사는 화재가 난 모델인 EQ 인증 중고차를 직원들에게 절반 가격에 팔았다. 딜러사는 직원 복지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세는 신차의 70~80% 수준인데, 절반에 받아간 차량이 중고 시장에 나오면 기존 차주들의 손해가 커진다”며 “벤츠의 할인 판매가 신차 시장은 물론 중고차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